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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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2013

재이와 시옷 2014. 1. 13. 00:39














'실화'라는 키워드는 이입의 정도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상상으로도 충분히 자극될 만한 주제와 이야기이지만, '실화'라는 수식이 함께 그 타이틀을 뒤따라감으로써 우리는 보다 그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지금 당장 내가 아니어도 이 사회 어딘가에서 분명 벌어졌던 일이고 누군가가 겪었던 고통 내지 희로애락이니까. 어떤 소재보다 가장 자극적일 수 있는 수식이 바로 '실화'라고 생각된다.


들어본 적은 없었다.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매스컴을 통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 소재에 마음이 갔다. 실화니까. 우리사회에 만연한 한 가정의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가정주부의 억울한 외국 옥살이. 이 한 줄 만으로도 흥미를 끌어내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그 역할을 연기한 배우가 전도연이었다. 나는 전도연의 연기를 좋아한다. 자연스레 세월이 배어나는 그녀의 얼굴이 좋고 그녀의 표정과 감정연기가 좋다. 꼽아보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연기한 영화 대부분을 본 것 같다.(리뷰가 끝나면 확인해 봐야겠다ㅎㅎ)
고수는 내게 영화 <백야행>이후로 썩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순전히 전도연을 보고 영화를 예매했다.


좋은 소재였다. 영화가 끝나고 함께 본 이와 이야기하기 좋은 소재다. 극장 내 나를 포함한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분노했다. 국민을 저버린 국가의 암묵적 폭력에 치를 떨었고, 이같은 현실이 소설이 아닌 진실, 팩트라는 것에 더욱 분노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한 아이의 엄마, 한 남편의 아내 역으로 분한 전도연의 시간 흐름에 맞춘 연기가 좋았다. 누군가는 신혼여행의 단꿈을 실현키 위해 찾는 아름다운 섬에서 그녀는 해변에 우두커니 서 요동치는 파도를 응시한다. 납득할 수 없는 현실인데 납득해야만 하는 현실이었으니까.
연출이 나쁘지 않았지만 기승전결의 비중을 흔하게 짠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이같은 장르가 갖고 있는 그 특유의 '짠함'이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짙게 드러났다. '자, 이제 우리 감정을 증폭시킬 때입니다. 울 준비 하세요 여러분.' 하는 그 뉘앙스를 져버릴 수가 없었다. 그러한 감상의 결론으로 나는 이 영화에 별 세개를 준다. 


** 요즘 '왓챠' 라는 영화 어플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올라오는 영화 리뷰의 마지막엔 대개 별점을 넣게 될 것 같다. 별 다섯개 만점으로 쩜오(.5) 개념은 없다. 오로지 최악이에요! 별로예요! 보통이에요! 재밌어요! 최고예요! 이렇게 다섯 단계로만 표기가 가능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