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감사한 초대들이 많다. 송구스러운 마음을 품는 반면 이에 대한 보답을 어찌 해야하나 고민도 찰나 해봤지만, 잉여 나부랭이의 보답으로는 '기록'만한 게 없다는 뻔뻔한 결과에 도착했다. 매거진 GEEK의 김도훈 기자님의 시사회권을 수가 받아와 나의 사랑 종로 피카디리를 찾았다. 좋은 영화라는 수식 한 줄 알아둔 채 극장 의자에 몸을 넣었다.
어른이라 불리기엔 아직 철이 없고 믿음직스러운 구석이 의심가지만 그는 어엿한 가정의 가장으로, 한 여자의 남편 그리고 작고 어린 딸아이의 아빠다. 더불어 엄마의 사랑 안에 아직 머무는 소중한 아들이기도 하다. 영화 제목에 나와있 듯 영화는 시간을 쫓아 흐른다.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다. 우리에겐 'some'으로 여겨질 하루와 또 다른 하루지만, 그에게는 'some'에서 'last'로 밑줄이 옮겨간다.
특출난 재능없고, 이성보단 감정이 앞서는 그가 점차 '책임'이란 것에 눈뜨고 그것을 수긍하는 일련의 과정을 짧게 짧게 단락으로 보여준다.
주먹다툼이 일상이었고 마약을 팔아 돈벌이를 하던 그는 교도소로 면회 온 엄마를 앞에 두고도 쉽게 이성을 놓아버린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빠를 찾는 딸에게 만큼은 못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그것을 알고있다는 그 말에, 책임감이란 것이 평생 자신이 지고 가야 할 어떤 의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놓아버린 이성의 끈 앞에 실망한 어머니가 냉정히 돌아서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안아줘요. 미안해요. 사랑해요. 안아줘요 엄마. 엄마.' 하며 울먹거리던 그의 절규를 보며 느낌표가 떨어지는 삶의 숱한 장면 중에 하나라는 것을 알았다.
사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이제 마음 잡고 제대로 살아보려고 하는 스물 두 살 청년을, 흑인이라는 부당한 편견으로 그의 죽음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그의 어떤 하루는 충분히 사사로울 수 있는 것이었는데, 모두가 들뜬 목소리로 해피뉴이어! 를 외치는 새해 벽두에 이 구역 미친 싸움꾼으로 오해 받고 그를 제압하려던 경관의 실수로 총이 발사. 그의 등에 박힌 총알은 빼내었지만 처치가 늦었으며 그는 돌아오겠다는 말을 지킬 수 없는 무정한 아버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매해 그를 추모하는 추모식이 그가 죽은 그 동네에서 열리고 스크린엔 고개를 숙이고 땅에 시선을 박은 부쩍 자란 그의 딸이 잡힌다.
해당 사건에 연루 된 주요 인물들은 사직, 그의 가족들에겐 보상 등이 이뤄졌지만 기실 삶의 종결 후 갖는 그 허망함의 무게를 물질 및 금전적인 것으로 치환하는 데엔 탐탁치않은 냄새가 있다. 거부할 수는 없는 것인데 그렇다고 위안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영상 중간중간 쏟아지던 햇빛이 아직 어른어른 떠오른다.
영화 주제 외적인 것들에 내 감정의 포커스를 맞췄다. 그렇기에 영화가 보여주는 '부당하고 억울한 죽음'에의 중심을 잡고 보았다기 보다는, 짧은 단락들로 보여주었지만 그가 스스로 깨닫고 성장해가는 그 모습들이 눈에 무척 밟혔다. 앞으로의 내 삶에 대해, 제 스스로 울타리를 꾸리는 것에 대한 고심이 꼬리에 또 꼬리를 무는 근래의 나에겐 책임을 인정하는 그의 모습이 더 선연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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