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지도, 그렇다고 돌아오지도 않을 시간들이 저만치 달아났다. 손아귀에서 용을 쓰고 벗어나 달음질 쳤다기보단, 그냥 멍하니 있다보니 어느새 저기로 훌렁훌렁 가버리곤 꼴 좋다는 듯이 메롱까지 해보이는 그런 얄미운 모양새. 그래 내가 이 세계의 잉여다 젠장.
이 년여를 다닌 회사를 관두고 사개월 가량 실업급여를 받으며 탱자탱자 놀았다. 백 여만원의 실업급여가 세달 동안 계좌에 또박또박 찍혔는데, 학자금대출과 엄마 위해 받아주었던 대출(엄마는 기억을 전혀 못하지만), 소소한 음주가무로 쓴 카드값, 핸드폰요금, 인터넷요금, 교통비, 친구들과 하고 있는 우정 곗돈, 헬스비 등 요렇게 조렇게 하면 그 돈이 딱- 백 여 만원.
실업급여가 바닥나고 임여사의 눈총과 잔소리, 히스테릭을 감당하기 벅찼기에 슬슬 몸 쓸 준비를 했다. 그러해서, 두툼이가 일하고 있는 펍에서 '나 정말 친절한걸. 하하하' 하며 서비스직의 좋은 예를 실천한 지 어언 넉달이 지났다.
주5일 남들 출근할 때 출근하고 퇴근할 때 퇴근하며, 4대보험이 적용되는 정규직을 위해 이제는 힘써야하는 때라고 말해준다. 나를 제외한 가족, 지인, 뭔 참견인가 싶은 나부랭이들 등등이. 모르는 건 당연히 아니고 그마저도 패기있게 저버리기엔 난 그렇게 부유한 베짱이는 아니라서 느리지만 나의 속도로 나의 나사를 조이고 있다. 꽉 조여지지 않아 삐걱삐걱한 채여도 상관은 없지만(나는 그러한데.) 그래도 사지멀쩡한 스물일곱의 시늉은 해야하니까.
사실의 마음은, 주중과 주말을 나누어 두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냥 이렇게 가진 빚들을 갚고 넘치지 않는 선에서 좋아하는 사람, 사람들과 술도 먹고 고기도 먹고 또 술도 먹고 하면서 올해를 보내고 싶다. 그렇게 지나가고 새로 맞이할 나의 스물여덟이 크게 못나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내 삶은 늘 그런 기복을 타왔으니까.) 어찌 애먼이들이 더 발을 동-동 구르는지. 아무튼 그 동동거림이 마음 쓰이기도 하고 눈치도 보이고. 에이, 결론은 그냥 그거다. 나는 아무튼간에 베짱이가 좋아요.
지나간 계절을 사진 몇 장들로 조금 풀어낼까. 어제 아니 그제 가을이 왔으니까. 스물 네 개의 절기 중 가장 설레하는 입추(立秋)가 어김없이 지났으니까. 도라에몽 주머니에서 이것저것 나오듯 그렇게 주섬주섬. 참 뜬금없지만 나는 '주섬주섬'과 '쭈뼛쭈뼛'을 이야기를 꺼내기 앞서 적는 것이 참 좋다. 귀엽잖아? 하하하.
수에게 원터치텐트가 있다하여 '아니, 그런 신박한 소풍 도구가 있었다니! 그걸 왜 이제 말한담!' 하며
도시락을 싸들고 한강에를 갔다. 때는 봄이 완전하지 않았어서 텐트 안에서 둥가둥가 놀기엔
자꾸 바람도 차고, 춥고..(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싸온 음식들을 먹고 노래 몇 곡을 듣다가 곧 철수.
아이폰 사고 두달 썼나? '이게 될까' 싶은 의심스런 사유로 센터를 찾았는데 흔쾌히 리퍼 성!공!
위 케이스는 두툼이에게 조름(=구걸)하여 받아낸 유그레이트 케이스.
이만 삼천원이가 그랬다. 참나 비싼 것 봐라. 역시 내 돈주고 안사길 잘했어.
벚꽃이 거진 다 질 무렵, 수와 함께 다녀온 영등포에 커먼센터.
이젠 쓰이지 않는 오래된 상가건물을 조금 손 보고 4층 가량의 공간을 여러 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웠다.
주제와 기술들도 다양해서 한 번쯤 또는 그 이상 찾아가 보기 좋은 곳.
전주의 옛촌막걸리는 사랑입니다 여러분.
몇 달이 지난터라 지금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이만원짜리 막걸리세트를 시키면 글쎄
고퀄리티의 안주가 한상 가득 깔린다고요. 이만원인데! 이만원! 추가하면 이게 상이 렙업하듯
다음 코스의 안주들이 다시 한상 가득.
우리는 둘이었기에 두번째 상을 맛 볼 수가 없었지만 첫번째 상에서 이미 대만족.
김치부침개 - 두부김치 - 영계 한마리 들어간 닭국물 - 족발까지. 막걸리가 술술.
수가 칭찬에 칭찬을 하길래 아니 편의점에서 파는 삶은 달걀이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다고? 참나.
했던 경솔한 나를 반성합니다. 삶은 달걀이 맛있다. 참나 뭔 달걀이 맛이 있대.
우리 하이트가 달라졌어요.
폰트에 힘 좀 줬는데 맛은 이전과 같다. 겉멋만 들어가지고.
제 키는 161cm입니다. 정확히 160.8cm인데 우리 반올림 개념 배웠으니까요.
네, 제 키는 사진으로 보이는 140cm이 아니고 161cm입니다.
6호선 광흥창역 수의 생일선물을 들고. '오다 줏었어.'
어쩌면 좌우명일지도.(뻔뻔)
상수동 카페 패턴에 있는 '브라운카푸치노'
아아- 고급지다 고급져. 당 떨어진 느낌이 스멀스멀 피어날 때,
비가 와서 조금 쌀쌀하고 꿉꿉할 때 마셔주면 아주 딱 좋다.
셔츠를, 파랑을(정확하게는 아주 딥-한) 좋아합니다.
오늘의 분홍소세지.
복숭아색 스키니를 입는 날이면 여기저기서 공격이.
종로에서 뽈과 단둘이서 아주 오랜만에 술 마신 날.
대낮에 곱창볶음과 소주를 달리고 광장시장으로 넘어가 육회에 소맥을 말아먹고
또 옆자리 여자일행들과 친해져서는(왜 자꾸ㅋㅋㅋㅋ) 대ㅋ취ㅋ
늘 갖고 다니던 토리버치 장지갑이 언젠가부터 귀찮아져서.
어차피 생활은 카드 몇개로 끝이기에 찾아보다 가격대비 가성비 좋다는 페넥 카드지갑을 샀다.
동전과 지폐를 접어 넣을 수 있는 지퍼로 닫는 공간과 카드 칸이 다섯개.
좋다 좋다 딱 좋다. 삼만 오천원이 정가인데 이래 봬도 소가죽이다. 오오.
주중 여덟시 오픈을 하며 정신과 육체가 폐허가 되었던 두 달^.^
코코브루니에서 일할 때. 여름 신제품 나왔다며 퇴근길에 점장님이 손에 들려주셨던 음료.
청포도요구르트에이드 였나? 코코브루니는 가격이 너무 나빠. 아주 나빠.
초콜렛이랑 케잌 등 퀄리티 좋은 건 일하면서 알게 됐기에 인정하지만 그래도 너무 비싸. 나빠.
수박이랑 홍대에서 밥먹고 쇼핑하고 놀았던 날.
쿠킹메이트? 홍대 그 번화가에 있는 3,4층 쓰는 파스타집인데 힝 별로야.
사진은 수박이가 디카로 찍고 보내준거라 그럴싸해 보이지만 맛은 별로.
베이컨 까르보나라 뭐시깽이 였던 듯. 그나마 위에 로제파스타보다는 이게 나았다.
아무튼 그래도 별로. (시무룩)
비가 오고 기력이 쇠하여 어르신과(=수) 상수동 이리카페에서.
나는 모과차 수는 생강차. 우와 생강차라니 어른이여.
버켄스탁 지제.
내 발 사이즈보다 한치수 작게 사라고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그러길래
그렇게 샀는데 작ㅋ아ㅋ
막 내 새끼발가락이 케어가 안되는 느낌. 오래 걸으면 자꾸 탈락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임여사에게 양도되었습니다.
두툼이가 운동할 때 입으라며 사준 나이키 드라이핏 쇼츠.
헬스장에서 한 번 입었는데 헬스장 기간이 끝났다고 한다.
나는 육회랑 술 먹는 게 참 좋더라.
할매랑 혜자랑 전주여행 갔을 때(무려 1박 2일이었다고!)
한옥마을 내 어떤 광장에서 반려동물 행사가 있었던 지 백구와 진돗개가 막. 아이 좋아.
선거를 끝내고 일을 갔었지요.
오래오래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약속만 할 수 있어서.
해가 높던 날. 신촌에서 있던 퀴어퍼레이드 보고.
'모두 사랑하게 하소서.'
이날은 몰지각하고 몰상식한 이들의 방해로 여러 소음들이 곳곳에 있었지만, 그것들을 덮고도
충분히 빛나는 에너지들이 있었다. 즐거웠다. 그들도 기껍게 웃고 행복해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수박이랑 명동에서 쇼핑하고 밥먹고 디저트 먹고.
매운갈비찜 먹었는데 내가 평소보다 많이 먹어서 자기 많이 못 먹었다고
나 막 나무라고(...) 그러더니 밑에 있는 고디바 아이스크림은 내가 사줬는데
나한테는 한입 먹어보라고도 안하고(...) 저 혼자 다 먹고는 같은 층에 있던 폴바셋 가서
아이스크림도 또 먹고(...)
5,800원인가 그랬는데 난 한 입도 못 먹고 수박이가 사진 찍으라 그래서 사진만 찍었다(...)
맥도날드 해피밀 마리오 대란.
참나 나이 먹고 해피밀이 뭐야 그것도 마리오 때문에 흥ㅋ칫ㅋ
난 암시랑토 안하지, 했는데 저기 저 마리오가 든 주먹이 물음표 상자의 밑둥을 치면
무려 뽀로롱! 그 벽돌깨는 소리가 나온다고! 그러면 당연히 가져야 하잖아! 소리가 난다니까?! 우왕!
일 끝나고 대뜸 집에 가기 싫고 술 마시고 싶어서 합정으로.
거지같은 차림새인데 또 한 손에 시집도 들려있네.
쥐샥을 찬 날에는 참 내가 청년같고 막 그렇다.
저기 입은 카키색쇼츠는 수박이랑 저 쿠킹메이트 갔던 그 날에 애프터에이랜드 가서
수박이가 자기 사고 싶은데 사이즈 S밖에 안 남았고 구천원 밖에 안하니까 '내가 사줄게.' 오올ㅋ 했는데
나는 맛도 별로인 쿠킹메이트 밥값으로 삼만원을 썼다고 한다.
임여사에게 지제를 양도하고 나는 피사를 샀다.
피사는 그나마 신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지는 않은데, 처음 신고 수를 만난 날에 수는
"신발이 흉물스럽게 생겼네." 라고 했지. 하하하하하하
임여사보다 먼저 목욕을 끝내고 임여사를 탕 밖에서 기다리며 먹는 뚱바메론맛.ver
요거 아주 메로나 녹인 맛 나고 맛있다. 그런데 참외가 들어간다고 수박이가 알려줘서 완전 놀람.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주 그럴싸해서 오오 하며 또 수긍했지.
큰맘 먹고 산 한성 노트북.
오래오래 쓸 생각하고 사양 쫙 높였다. u44x 2567.
같은 사양이어도 엘쥐나 삼성은 최저 15에서 최대 30까지 차이가 나더라.
가성비의 갑이라는 인민에어를 살까도 싶었지만 중앙에 자리잡은 인민의 별이 나는 영 남사스러워서.
아무튼 이제 사용한 지 한 달 조금 넘었는데 중간에 엘시디 문제로 A/S받은 거 외엔 탈없이 잘 쓰고 있다.
나이키 쇼츠에 이어서, 중력으로부터 내 가슴을 지켜줘!의 임무를 띈 나이키 브라탑까지.
두툼이가 사줬다. 이태원에서 밥먹고 쇼핑하고 커피마시고.
이태원 헬커피. 커피맛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
소문과 명성처럼 맛이 좋다 참. 더운 날이었지만 마냥 따뜻한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만델링 핸드드립을 주문했는데 어우 맛이 좋구나.
작년 여름 제주도로 휴가 갔을 때. 같이 간 이들을 찍고 있는 나를 찍은 사진.
그립다 제주도. 가고싶다 제주도. 요즘도 종종 제주항공 티켓을 괜히 알아보곤 한다.
가을에 다녀올까 싶다 혼자.
상호와 그 로고가 마음에 들어 가봐야지 했던 곳. 물고기초밥.
가게는 작고 깔끔한데 초밥의 맛은 그렇게 특색있진 않았다.
내게 초밥이 그렇게 대단히 감동적인 음식이 아니어서 일수도 있고.
그런데 참 묘하게도 이곳이 장사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냥 오래오래 장사할 수 있으셨으면 좋겠다.
요즘 임여사와 두툼이와 집중하고 있는 굽네치킨의 '고추바사삭치킨'
이거 좀 맛있다.
자꾸 화장실에서 두툼이가 담배를 피고 그 연기가 내방으로 들어와 짜증이 치솟기에
'향초라도 사주고 피든가 그럼!' 했더니 일단 맛보기라며 저리 쬐매난 향초를 사왔다.
뭐 이리 작은걸 사왔냐 타박하니 그래 봬도 양키캔들이라며 다 태우고 나면 다른향으로 하나 더 사온댄다.
화장실에서 담배를 안 피겠다는 말은 죽어도 안하더라고.
다섯시다 세상에.
지나간 시간을 기록하는 일이 뒤늦어 이리 꾸역꾸역이 되면 역시 피곤해지는 것 같다.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가 책을 조금 읽다가 여섯시쯤 일어나는 임여사와 함께 사우나에를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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