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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seek; let

11월

재이와 시옷 2021. 11. 2. 15:49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면
길어지는 저녁을 의식하게 되면
밤이 도통 저물지 않음을 느끼게 되면
찬바람에 드러난 살갗이 조금 따갑다 느껴지다 보면
내 생일 즈음이 되면
당신 생각이 무차별적으로 떠오르는 날이 많아지면

 

겨울에 왔다는 걸 깨달아
내가 또다시 그 계절에 서 있구나 라는 걸 깨달아
찬 공기에는 늘 당신이 있고
나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처럼 허상으로 당신의 냄새를 좇는
그런 계절에 왔다고 깨달아

 

분명 이 겨울에 또 한 번 도착한 것뿐인데
나는 이 시기가 되면
내가 이 계절에 버려진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해
당신이 나를 이 계절에 버리고 갔고
다시 주우러 오지 않아서
나는 마음 끝에 동상을 주렁주렁 달고 속절없이 기다리고만 있는 것 같아
사실은

 

내가 당신을 이 계절에 버린 걸 텐데
당신이 나를 온종일 기다렸을 텐데
그러다
오지 않을 나를 알고서 고개를 떨군 걸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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