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ordinary; scene

대여기간은 랜덤입니다

재이와 시옷 2022. 2. 1. 19:37

 

 

책임감의 총량을 설정할 수 있다면, 근래의 나의 책임감 수치는 (내 기준)적정량을 벗어났고 그에 따라 나는 스트레스에 돌돌 말려 있었다. 분노하고 열을 내며 동시에 피가 차게 식는 경험은 서른한 살 이후로는 거의 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와는 다르게 짜증이 솟으면 정적으로 분노한다. 겉으로 터진다면 내상이 적겠으나 나만 아는 기분으로 안에서 터지니 배출되지 못하고 분노가 고인다. 아무튼 그래서 말 못 할 짜증이 늘었던 1월 한 달이었다. 

 

매장 내 제빙기가 고장났고, 우여곡절 끝에 제빙기 교체를 하였으나 수도 연결이 잘못되고 동절기 대비를 하지 않아 그에 따른 여파로 보일러가 동파됐다. 모두 내 휴무 고작 이틀 새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책임감, 애사심 따위의 것들을 바란 것도 아니었지만 이 정도로 여력을 쏟지 않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 돈을 버는 일인데, 일인데, 직업인데, 무심해도 이래서는 안 되는 일 아닌가.
손바닥에 피멍이 들고, 양 손목이 너덜거리고, 어깨죽지가 다시 아파졌어도 엄살을 부릴 수가 없었다. 내 잘못이 아니었지만 내 책임이 없다고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내게는 일이고, 직업이고, 직책이니까. 

 

지난 연말부터 간질거리며 신경을 긁던 고민들은 한시간 남짓의 통화로 어느 정도 갈증을 풀었다. 내가 바랐던 것은 구체적인 제안이 아니라, 어떻다 정도의 개요 정도면 됐던 거지. 언제 다시 움틀 고민일지 모르지만 한동안은 적당히 외면할 수 있는 아량을 빌렸다. 대여기간은 랜덤이지. 

 

 

 

 

 

'ordinary; scen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잘해주고 싶어, 평생  (0) 2022.03.07
이월에 적는 일 월  (0) 2022.02.01
의연한 일상  (0) 2022.01.29
붙든 미련  (0) 2021.12.20
I will love you either way  (0) 2021.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