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우리말을 쓰는 걸 좋아한다.
영어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닌 데다 어렸을 때부터 나름 다독을 했던 터라 단어의 쓰임과 맞춤법에 조금 예민한 편인데, 그래서인지 멀쩡한 우리말 두고 부러 꼬부랑글씨를 써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 가장 큰 예로 요즘 외식을 하러 나가면 식당과 카페를 불문하고 왜 죄다 이름들을 영어로 적어놨는지. 시력도 낮고 시야가 좁은 탓에 나조차도 키오스크 사용을 천천히 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 엄마 바깥에 나와서 혼자 주문할 수 있을까? 돈도 있고 혼자 그 시간을 즐길 여유도 있는데 주문을 못해서 시무룩해져 들어오게 되진 않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실제 그랬다는 경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는 편이고.
가급적이면 우리말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괜히 뒤틀어 말 같지도 않게 쓰는 것 말고 똑바로.
이렇게 얘기하면서 글 제목에 '이슈'는 무슨 염병이냐 묻는다면, 이건 말 그대로 염병이다.
나는 허영심을 갖고 있고 착한 사람 콤플렉스도 있는 무늬만 평화주의자인 월곡동 쫄보인데, 좀 있어 보이는 말들을 알아두고 어느 날 아무렇지 않은 척 슬쩍 꺼내는 걸 좋아한다. 말 그대로 있어 보이잖아. 하하하. 그 낱말들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 순수 우리말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처럼 별 것 아닌 거에 꽂히는 때도 종종 있다. 그러니까 '이슈' 같은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내가 쓰면서도 이거 좀 병맛인데. 괜히 이슈라고 말을 꾸며놓고 그 안을 뒤집으면 결국엔 요새 별일 없지? 이 정도인데 말이야. 그래도 좀 있어 보여. 약간 이삭토스트 같고 말이지.
소설을 읽다가, 시집을 읽다가 처음 보는 단어들을 발견하면 사전을 열어 뜻을 찾아보고 따로 메모해두는 걸 좋아한다. 까먹지 않게끔 종종 꺼내 머릿속에 넣어두고 이 낱말을 사용할 날과 상황을 기다린다. 그리고 던지는 거지. 여러분 이거 봐 이런 단어 들어봤어? 말맛이 아주 예쁘지 않아? 아, 여기서 말맛이란 쉽게 이해하자면 뉘앙스 같은 거야 어때. -식의 허세.
원래는 4월의 사진 몇 장과 몇몇 날을 짧게 기록할까 했는데 일순 모두 귀찮아져서 와이파이의 힘으로 간신히 업데이트했던 그것들을 모두 지웠다. 조금 더 긴 이야기는 새 글에서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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