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0104와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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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와 시옷 2024. 8. 30. 18:12

11 편견

 

어 책 읽어요? 어 담배 안 펴요? 호기심이 섞인 갖가지의 질문들은 살면서 모두가 아주 많이 들을 테고 나 역시 수없이 묻기도 한다. 그런데 저 두 질문은, 사실 질문이라고 하기도 뭐 하지. 3할의 호기심과 5할의 무례함 2할의 의아함이 담긴 이것들을 특정 상황들에서 공공연히 듣는다. 그때마다 답을 하며 느낀다. '아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나를 통해 갖고 있는 편견에서 기인한 질문들이 이것이구나' 불쾌해하기 보다는 재밌어한다. 내가 어떤 대상에게 편견을 갖고 있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섣불리 선을 넘지 않으려 한다. 모든 걸 포함해 사실 크게 관심이 없다. 편견도 감정 한 톨 이상이 담겨야 발화될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나는 편견을 갖기보단 내가 가진 생각과 이성에 대한 고집을 부린다. 무엇이 더 좋고 나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책을 읽고 어쩌다 알고 보니 글도 조금 쓰는 것 같고 덜렁거리는 일상에 비해 맞춤범에 예민하게 구는 그 사람들 눈에 비친 내가, 나는 조금 재밌다. 타고난 이목구비가 말랑하고 크든 작든 갈등 자체를 꺼리는 쫄보인 것에 비해 주관이 뚜렷하고 고집이 세서 업무 중 휴게시간이면 일명 담.타를 가질 것만 같은 내가, 한평생 비흡연자라는 사실을 말할 때 사람들이 작게 들썩이는 그 순간이 나는 조금 재밌다. 그냥 다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편견은 사실 나쁜 거지만 그걸 누가 얼만큼 어떻게 내게 던진다 한들 내가 그게 재밌다면 그건 더 이상 편견이 아니게 되고 결국 나쁜 게 아니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여겨서 상처받는 이가 없었으면 좋겠다. 나도 상처받고 싶지 않고 누구에게도 상처 주고 싶지 않다.

 

 

 

 

 

12 친절

 

어떤 다짐처럼 읊조리던 당신의 말이 그 순간 무엇보다 뭉클해서 매 순간 가혹한 계절에 버려진 것 같다는 자조에 빠지는 내가 부끄러웠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것 같이 구는 당신을 볼 때마다, 말뿐이 아닌 당신이 내게 보내는 눈짓과 나를 향하는 몸짓을 직접 마주할 때마다, 당신에게 사랑은 뭘까 라는 생각에 자주 빠지곤 한다. 내가 내미는 사랑의 진정성을 의심한 적 없고, 내가 가진 크기 역시 자랑스레 여길 법 한데도, 당신이 가져서 당신이 내미는 그것들을 두 손으로 받아내다 보면 언제고 멀뚱해진다. 이 사랑을 내게 줘도 되는 걸까. 이 사랑을 내가 받아도 되는 걸까. 오래도록 나에게 자격을 되물었다. 그러다 어떤 계시처럼 그냥 어느 날 우리의 이 사랑이 마땅하다는 결론을 마주했다. 그래서 나는 이 다정과 마음과 친절과 사랑을 기껍게 받고 끌어안기로 했다.

 

 

 

 

 

13 작품

 

우리는 많은 것들을 만들어내고 껴안아가며 어떤 것들을 나만의 작품으로 가슴 안에 새긴다. 나는 대개 책과 영화를 그렇게 여긴다. 내게 새겨진 많은 작품 중 십 년 전에 본 영화가 떠올랐다. <5일의 마중>이라는 영화다.

문화 대혁명의 시기, 무죄를 입증받고 가까스로 풀려난 루옌스는 5일에 집에 가겠다는 편지를 아내 펑안위에게 부친다. 어느 달의 5일 기차역에 선 두 사람, 펑은 루를 알아보지 못한다. 루가 잡혀가는 걸 지켜보며 정신적 충격을 받아 심인성 기억상실을 앓게 되기 때문에. 루는 묵묵히 그녀의 곁을 지킨다. 오늘도 펑은 5일에 루를 마중 나가기 위해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그토록 기다리는 사람이 곁에 있지만 그녀는 알아보지 못한 채 흰머리를 곱게 빗고 마중가는 길에 오른다. 그 길을 함께해 주는 이는 애석하게도 루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아마도 루는 계속 편지를 썼을 것이다. 본인이 쓴 편지를 들고 펑에게 찾아가 경쾌한 목소리로 얘기했을 것이다. '남편에게서 새 편지가 왔어요. 제가 이것을 읽어 드릴게요. 저는 편지 읽어주는 동무입니다. 기억하시죠?' 그렇게 펑의 마음 어딘가에서 무사히 살아가고 있을 또 다른 루가 되어 오래도록 자신에게 편지를 쓰고 부쳤을 것이다.

두 사람은 늙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다. 비가 내려도 눈이 내려도 더운 모래바람이 불어도 5일에 길을 나서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인력거 뒷자리에 펑을 태우고 루는 함께 달린다. 기차역에 기차가 도착하고 실려온 사람들이 하나 둘 빠져나온다. 이젠 루 자신도 정말 루를 기다리게 됐는지도 모른다. 펑이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는 그를 루 역시 기다리는 것이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직접 들고 빠져나오는 사람들의 머리꼭지에 하나 둘 눈을 맞춘다. 펑안위가 기억하는 루옌스가 오늘 5일에는 왔을지도 모르니까.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Coming Home>이다.

 

 

 

 

 

14 약속

 

지켜지기 어렵기 때문에 약속을 한다고 생각한다. 불가능은 아니지만 쉽게 툭툭 해낼 수 있는 것 또한 아닐 때. 약-속 두 음절에 다짐을 꾹꾹 눌러 담는다.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지켜내겠다는 결심들이 합쳐져 목적지를 향한 길을 만든다. 그 길에 나는 예의가 같이 놓인다고 여긴다. 약속과 예의를 한 선에 둔다. 그래서인지 지켜낸 약속보다 지켜내지 못한 약속들이 떠오른다. 마음도 결심도 예의도 몽땅 무시해 버린 것만 같아서 후회의 한숨만 짙게 뱉는다.

좋은 날에 오겠다고 약속했다. 한 손엔 후렌치파이와 콜라를, 다른 한 손엔 안개꽃을 들고 긴 길을 걸어 당신의 자리를 찾겠다고 약속했다. 당신의 가족이 되지 못한 난 슬픔을 함부로 전시하면 안 되기에 겨울 그날에 당신 있는 그곳을 찾을 때 사위를 살피고 해가 저물기를 기다렸다. 농도가 다른 슬픔끼리 마주치면 안 될 것 같아 늘 고개를 숙였다. 눈물을 한 움큼 쏟아낸 후에 부러 씩씩한 목소리를 내 약속했었다.

좋은 날에 오겠다고 약속했다. 내놓은 볼과 여민 마음이 칼바람에 할퀴어지는 겨울 복판을 지나 봄냄새가 사방에 만연한 그런 좋은 날에 오겠다고 약속했다. 계절은 속없이 여러 장이 넘어갔고 나는 여전히 그 계절 그 자리다.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왜 약속을 지키지 않냐며 꾸짖어 줄 당신이 없어서 내가 예의 없게 구는 거라는 변명을 넘어가는 계절에 한 겹 씩 바른다.

 

 

 

 

 

15 동경

 

너무 예뻤을 거라고 생각해

내가 동경해 마지 않는 당신의 모습 당신의 지금 모습

우리가 못 되었더라도 당신 혼자인 채로도 아주 예뻤을 거야

반짝반짝했을 거야 당신

그래서 나는 더 아쉬워

갖지 못한 보지 못한 당신의 시간이 사무치게 아쉬워

당신을 적다가도 금세 지우고 또 올려 두었다가도 문질러내고

그런 낮과 저녁들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텅 빈 화면이야

아무것도 적지 못하고 쓰지 못한 채

내게로 다시 흘러 고여버린 짙푸른 마음들

 

 

밤과 낮을 가리지 않는 절망은 마치 그늘 한 점 없이 트인 도로 같아

절망의 온도를 온몸으로 때려 맞고 눈물을 뺏기고 말라죽는 그런 죽음의 도로 한가운데 말이야 숨을 곳이 겨우 나의 두 손바닥뿐이라는 비린내 나는 진실이 오늘도 지겨워 막상 숨겨준 적도 없으면서 내가 나를 안아준 적이 있었나 등 떠밀어 종용하기만 했었지 아파도 된다 그 명분 뒤에 비겁하게 숨겨주었지 단 한 뼘도 자라지 못한 것 같아 단 반 폭도 나아가지 못한 것 같아

 

 

 

 

 

16 희생

 

사랑 이어야지만 할 수 있다. 긴가민가하지 않고 명확해야지만. 그때는 명확하지 않았어도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겠다는 결심이 분명하다면 할 수 있다. 미움 한 톨에도 마음을 들여야 하는데, 희생이라는 이름부터 거창한 이것을 하는 데에는 얼마큼의 마음이 들까. 비합리적인 사랑을 해낸다는 결심만으로 우리는 희생을 한다. 감수하고 되려 기꺼워한다.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렇게까지 이 정도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매번 놀라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이 희생과 이 헌신을 사랑이 아닌 다른 어떤 말로 설명할 수가 없으니까. 사랑이 아닐 수 없으니까. 긴 삶 가족을 위해 살았다는 엄마도, 가계를 위해 본인 몫의 퇴직금을 가져본 적 없던 오빠도, 쓰잘데 없는 자존심을 결코 버리지 못하는 아빠도, 우선순위의 사랑을 받아본 적 없으면서 끝끝내 이 가족을 버리지 못하는 나 역시도. 애증도 사랑이고 그 안에 비릿하게 밴 희생도 사랑이다.

 

 

 

 

 

17 인연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면 
길어지는 저녁을 의식하게 되면
밤이 도통 저물지 않음을 느끼게 되면
찬바람에 드러난 살갗이 조금 따갑다 느껴지다 보면
내 생일 즈음이 되면
당신 생각이 무차별적으로 떠오르는 날이 많아지면
 
겨울에 왔다는 걸 깨달아
내가 또다시 그 계절에 서 있구나 라는 걸 깨달아
찬 공기에는 늘 당신이 있고
나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처럼 허상으로 당신의 냄새를 좇는
그런 계절에 왔다고 깨달아
 
분명 이 겨울에 또 한 번 도착한 것뿐인데
나는 이 시기가 되면
내가 이 계절에 버려진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해
당신이 나를 이 계절에 버리고 갔고
다시 주우러 오지 않아서
나는 마음 끝에 동상을 주렁주렁 달고 속절없이 기다리고만 있는 것 같아
사실은
 
내가 당신을 이 계절에 버린 걸 텐데
당신이 나를 온종일 기다렸을 텐데
그러다
오지 않을 나를 알고서 고개를 떨군 걸 텐데

 

 

 

 

 

18 명절

 

아빠는 오랫동안 지방과 섬들을 오가며 장사를 하던 분이었고, 엄마는 나와 오빠가 어렸을 때부터 이곳저곳에서 궂은일을 하다 우리가 초등생이 되었을 무렵엔 가구공장에 다니고 있었다. 엄마와 아빠의 양육이 온전할 수 없던 때, 나와 오빠는 할머니 손에 컸다. '손에 컸다'는 말이 적확할 만큼 먹고 자고 입고 생활하는 태반을 할머니가 책임져 주었다. 
열네 살, 중학생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후 사는 게 바쁘다는 진부하지만 가장 솔직한 표현을 핑계 삼아 우리 가족은 오랫동안 할머니 산소를 찾지 못했다. 해가 여러 번 바뀌고 어느 날, 추석 연휴로 길이 꽉 막히기 전 우리 가족은 미리 할머니 산소를 찾았다. 야트막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얼마 전 밑 지방에 크게 내린 비로 여기저기 망가진 할머니 묘가 보였다. 엄마는 되는대로 자란 짧은 풀뿌리들을 뽑아내며 울었다. 단출하게 제를 올리고 모두가 내려간 후에 따라붙는 걸음 소리가 없어 뒤를 돌아보니 저기 아빠가 할머니 묘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긴 인사를, 긴 말을 하고 있었다. 아빠는 울고 있었다.
아빠는 입꼬리에 미소를 걸고 있었지만 소매로 간간이 눈물을 닦아냈다. 아마도 미안하다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러 명의 자식 중 할머니 생전 그리고 돌아가신 후에도 자식 도리를 하고 있는 건 우리 아빠뿐인데도 아빠는 미안하다 하고 있었다. 퍼부었던 비가 자신 탓인 양, 벌레들이 오갔는지 군데군데 난 구멍이 자기가 파놓은 것인 양, 당신의 삶이 측은했던 것이 자신이 속 썩인 아들이어서 그랬던 것인 양, 오래오래 이야기하고 긴 미안함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아팠다. 그런 아빠를 지켜보고 있는 나를 들켜선 안될 것 같아 나무 그림자에 잠기게 몇 발자국을 옮겨 숲으로 몸을 넣었다. 
우두커니 선 아빠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아있다. 십 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절과 추석을 떠올리면 그날의 장면이 떠오른다.

 

 

 

 

 

19 해결

 

눈에 보이고 손으로도 잡을 수 있는 것 중에 내 삶에서 속 시원히 해결된 어떤 것이 뭐가 있을까. 학자금 대출. 닮은 항로를 지났을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학자금 대출을 오랫동안 갚았다. 휴학 일 년을 포함해 스물다섯 살에 졸업을 했는데, 서른두 살까지 끈질기고 지겹게 대출금을 갚았다. 졸업 후 취업을 하고 내 쓸모를 보여주었어야 했던 때, 일에 관련된 성과가 아니라 연체 없이 깨끗한 납부이력이 나의 쓸모를 대변해 주는 것이었다. 회사 사무실 내 자리에서 받았던 카드사의 전화를 기억한다. 학자금 대출과 당시 엄마를 위해 받았던 저축은행 대출에 발이 걸려 카드 발급이 안된다는 통보 전화였다. 이름 뒤에 '님'자를 붙여가며 내게 분명 말을 높이고 있었는데 수화기를 들고 있던 나는 어딘가에 숨고 싶었다. '네 주제가 그렇지 뭐'라는 귓속말이 보이지 않는 현실의 채팅창에서 쏟아지고 있는 듯했다. 나는 통신이 가능한 전국적 범위 안에서 신용적으로 신뢰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그 사실을, 종이 혹은 화면에 자리할 그 잔인함을 꾸역꾸역 마주 봐야 하는 것이 여태까지의 내 삶, 그리고 어쩌면 오래도록 지속될 앞으로의 내 삶이겠구나 생각하니 되려 웃음이 터졌었다. 허무하고 슬펐다. 그때 느꼈던 그 기분을 다듬고 정형하며 서른두 살에 도착했었다. 서른다섯 살인 지금은, 눈에 보이고 손으로도 잡을 수 있어서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만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영영 해결되지 않을, 해결할 수 없는 마음을 끌어안고 그때 그 전화를 받던 순간을 되돌아보면 그저 아득하기만 하다.

 

 

 

 

 

20 물건

 

오랜 나의 연인은 크리스마스를 좋아한다. 기념일보다 내 생일보다 본인 생일보다도 더. 빨간 날엔 대개 쉬지 않는 직종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고 있어서 반대의 사람들처럼 빨갛고 초록초록한 거리를 걸을 수 없음에도 크리스마스를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여름이면서 크리스마스로 다가서는 겨울 11월쯤이 되면 이유 없이 기분이 들뜬다고 했다. 그 하루를 본인처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기대와 설렘이 그저 좋다고 했다. 크리스마스를 맞춰 연인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다.
12월 25일에 만기 해지할 수 있는 적금을 들었다. 내가 정해놓은 작은 돈들이 매일매일 쌓여 백만 원이 되는 적금이었다. 누구에게는 고작이고 또 누구에게는 우스운 물건일 수도 있지만 백일동안 빠짐없이 무언가를 꾸준히 해낸 경험이 없던 나에게는 꽤 큰 포부와 사랑을 기반으로 한 기세가 필요했다. 내일도 알 수 없는 게 삶인데 몇 달 후 있을 크리스마스에 내가 건넨 이 선물을 받아 들고 환하게 웃을 연인의 얼굴만을 상상하며 우리의 사랑이 그만큼 견고하고 단단함을 자부하며 시작을 딛어야 하니까.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자랑스러운 몸짓으로 연인에게 건넸다. 내가 이것을 해냈다고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고 당신이 이 날을 가장 좋아하니까. 당신이 이 돈으로 무얼 할까 멋진 겨울 코트를 사지 않을까 예쁜 액세서리를 고르러 갈까. 오랜 나의 연인은 말했다. 완전하고 완벽하진 않지만 많은 날을 나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우리 집으로 이사를 가자고. 우리의 작은 보금자리로 가는 데에 이 돈을 모두 담자고. 고작이 아니라 그대로 담겨서 우리가 함께하는 게 된다고.
그러해서 우리 집에서 쓰고 있다. 돈도 집도 이 안에 꾸린 작은 살림살이들도 모두 다 물건인데, 결국 모두 다 마음이다. 마음을 단단히 빚어 만들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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