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precipice,

오랜만에 헤집어 본 앨범 속 사진의 무지개를 찾았을 때처럼,

재이와 시옷 2012. 3. 17. 21:56

 

 

자의도 타의도 아닌 의문의 밀림으로 뒤켠에 물러나는 것들에 대한 회한이 종종 일 때가 있다. 어떻게 해답을 구할 수 없는 것들이다 보니 두 손 놓고, 마찬가지로 넋도 놓는 것이 다이지만 그런 때가 도래할 적마다 바닥으로 꺼지려는 자존의 터럭을 낑낑대며 부여잡는 것에 열중하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네 것이 내 것이 되고, 내 것이 다시 내 것이 되는 극도로 이기적인 순환이 계속되다보면 종국엔 무엇이 남을까.

 

진하게 요동치는 생리통에 새벽이 아닌 완연한 아침에 잠이 들었다. 9시쯤- 응 그쯤에 잠이 든 것 같다. 108배라도 올리는 냥 불편한 자세로 침대에 엎드려, 나름 청렴히 살아온 지난 청춘을 반성한다. 엉엉 제가 잘못했어요. 안 아프게 해주세요 엉엉. 다행히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걱정하지 말기를.

 

그렇게 되진 않겠지만, '담배를 한 번 피워볼까' 라는 생각을 간혹 하곤 한다. 쓸데없는 멋에 들릴 때가 특히 그러하다. 얼마 전 친오빠와 극장에서 보았던 하정우, 공효진 주연의 영화 <러브픽션> 에서 숏컷 웨이브 펌에 쨍하게 빨간 립스틱을 립라인 그대로 진하게 바르고서 바람 결을 따라 담배 연기를 뿜어대던 스크린 속 공효진을 보고, 허세로 그득한(가득이 아닌 어감 그대로 그 득 한) 나의 장면을 상상해 보았었다. 왠지 모르게 내가 담배를 피면 엄청 맛있게 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하하하 꼴값이다 정말. 꼴값? 꼴갑? 꼴깝? 뭐지?

 

나름 방귀같은 글이 될 수도 있었는데 꼴값의 상상을 했으므로 이 이야기는 느물거리는 일기로 일단락된다. 회오리 보케가 잔뜩 핀 풍경 사진을 함께 업로딩 하려고 했는데, 이 이야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다음에 같이 올려야겠다. 아, 그리고 나는 이틀 전 제목 그대로처럼 나의 일상의 챕터에서 우연히 무지개를 찾았다.

 

그것은 바로, 약 2년 가까이 사용해 온 나의 hp mini 넷북에 sd카드를 읽는 슬롯이 우측에 있다는 것을 안 것이다. 스타벅스에서 Y가 자신의 넷북에 sd카드를 꽂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너무 멋져 우와하며 탄성을 질렀는데 태연히 Y가 대답했다. "누나꺼에도 있는데 뭘 그리 놀래." 뭐? 내 넷북에도 이 슬롯이 있었단 말이야? (체감은 물음표 128개쯤)
아무튼 그러한 연고로 나는 그 날 밤부터 지금까지 내 넷북을 애정으로 뚜당기고 있다. 짜식 생각보다 엄청 야무진 녀석이었잖아? 호호호 이런 기능이 있었다니 정말 놀라워 휴렛팩커드 하하하하.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마음이란 결합이란 신뢰란 애정이란 호감이란 안락이란 사랑이란 것은. 18인치가 될까 말까한 졸렬한 나의 시야를 21인치로 단숨에 업그레이드 시키는 너가 있다. 참으로 놀라운 사람이다. 너란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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