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precipice,

확실(確實)

재이와 시옷 2013. 2. 12. 16:51

더 명백한 무언가
더 확실한 무언가
더 명확한 무언가
더 분명한 무언가
더 명명한 무언가

 

없다, 라는 걸

 

왜-
다시-
지금에 와서-

깨닫는 게 아니라 알아버리는 거지.

 

문자들 틈에 내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음과 모음 그 찰나의 공백에 내가 있다고 생각했다.
화자는 나였고 청중 역시 나였다. 소리 내며 읽는 것이 습관이 된 일상이 불편한 여자는
그 소리들이 향하는 콤파스의 중심에 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거다. 

그랬는데,
그럴 수가 없는 거거든.
그렇게 될 수가 없는 거거든.
그렇게 될 리가 없는 거거든.

그보다 더 확실한 이유는 없는 거니까.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 더는

 

껴안을 수 없는 슬픔 따위와 고독 따위의 요람을 내 안에서는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스꽝스러운 자만으로, 그간 가는 줄 위에서 호기롭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가느다란 줄이 제살을 파고드는 것도 모른 채. 세상에 유일하고 그만큼의 가치로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이제는 수긍할 줄 알면서 왜 그랬니, 왜 그랬어. 가벼워질 수는 없어도 특성의 색은 가질 수 있으니. 이제 봄옷을 입히자.
똑똑한 척은 혼자 다하고 머저리맴을 돌고 있었네.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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