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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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의 마중 Coming Home, 2014

글을 적고 있는 지금, 시와의 신보 중 '나의 전부'라는 곡을 듣고 있다. 바람과 담배 연기가 함께 섞인 카페 바깥 자리에서 대단한 일이라도 이루는 사람처럼 노트북을 열고 허세를 부리고 있다. 요 며칠의 모든 글들은 모두 이 곳, 서교동 테일러커피에서 적었다. 오늘은 아이스라떼. 지금 깨어있는 지 열 여덟 시간째라서 정신머리가 온전치 못하다. 눈알이 시큰거리고 두통과 미열이 피어나고 있다. 내 몸이 안좋은 흐름에 있다는 아주 깜찍한 신호. 아주 깨꼬닥 쓰러지기 딱 좋은 컨디션. 전에도 적은바 있지만, 나는 보기로 마음 먹은 영화의 모든 내용을, 갈등의 구조와 순서, 강약, 흐름의 긴장, 하물며 충격적 반전까지 모-오두 들어도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알고 영화를 봤을 때, 정말 '나의 이야기..

(precipice;__)/see 2014.10.22

거인 Set Me Free, 2014

개봉 전, 영화 내용과는 별개로 감각적인 포스터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포스터 자체에서 뿜어지는 영화의 아우라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나는 공개 된 세 장의 포스터 내 카피에 계속 마음이 쓰였다. '절망을 먹고 자라다' '사는 게 숨이 차요' '세상이 나한테 어쩜 이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볼 영화 타임테이블을 짜며 눈에 바로 보이던 을 예매했다. 11시. 제법 오전의 영화였던지라 나의 집중력이 괜찮을까 싶었지만(내게 이 정도면 아침이다.) 이왕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 GV관을 골랐다. 나름 배우 최우식을 볼 수도 있겠구나 기대했지만 동명이인으로 본의 아니게 화제가 된 아담한 김태용 감독만을 보았다. 정리되지 않은 몇 개의 질문(GV 당시 질문들이 정말 별로였다. 질문하는 이들 스스로 본인..

(precipice;__)/see 2014.10.19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국내 개봉 전 이미 사람들의 입을 널쭉널쭉 오르내리며 화제가 되고 있었다. 수상 경력부터 포스터에 등장하는 익숙한 많은 배우들의 모습에 놀라운 캐스팅이라는 찬사들까지 덧붙어가며. 감독은 이미 여러 작품들로 많은 평가를 받아 온 웨스앤더슨. 가만 보니 이 감독 영화 중 내가 본 것은 이 고작이더라. 그 영화를 보고난 후에도 웨스앤더슨 감독의 신념과 성향이 '역시' 잘 드러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봤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 말의 뜻을 바로 알 수 있겠더라. 멀리서 대충 휘휘 본다고만 해도 이 영화가 가진 매력에 빠지기는 쉬울 거다. 그만큼 영화는 사랑스럽다. 감독이 진정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의도와는 결을 완전히 달리 한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가 내내 풍기는 이 살그러움, 귀여움, 사랑스러움을 나몰라라 ..

(precipice;__)/see 2014.03.26

조난자들, 2014

현재상영작 중에서 특별하게 눈에 띄던 영화는 아니었다. 과 사이에서 시간에의 제약으로 를 선택한 후 재밌는 경험을 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튿날이었던 터라 나름 선택에 신중함이 있어야 했다. 원래의 순서라면 에 밀린 을 보는 것이 맞았겠지만 수의 친한 친구가 주인공이라는 점과 독립영화지만 최근 1만 관객을 넘었다는 기사와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영화제에서의 수상 소식까지 들었던 터라 '그래, 을 보자!' 하여 CGV신촌아트레온으로 스쿠터를 타고 달려갔지. 딴 말이지만 스쿠터 오랜만에 다시 타서 너무 신 났다 으어엌. 영화 시작 전 광고가 흐르고 있었는데 소리가 잦아들더니 음소거. 응? 상영사곤가 헐? 하는 때, 내 자리 옆 계단을 내려 가며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인사하는 누구신지..? 알..

(precipice;__)/see 2014.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