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precipice,

팥빙수 전문점 이름으로

재이와 시옷 2012. 8. 2. 15:55


팥빙수 전문점 이름으로 뭐가 좋을까?
라는 어느 트위터리안의 트윗에 몇차례 RT가 따라붙었다. 팥빙수 전문점이니까,

아이팥
팥파라치
팥케스트
잭팥

웃자고 한 말이다. 나만 재밌나 팥파라치?



무튼, 나는 팥빙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해 보다는 관용적이고 좋아해 보다는 무심한 편이랄까. 황당할 정도로 쾌청한 가을 어느 날, 길거리에 즐비한 카페 아무 곳으로 들어가 "여기 팥빙수 하나요!" 라고 포부 담아 외치면 나를 '뭐야 저건..' 이라는 표정으로 쳐다보겠지. 그만큼 여름 한 철에만 반짝하고 만날 수 있는 반가운 메뉴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만큼 까다롭고 덥다는 획일된 근거 하나로 황홀한 맛을 기대하기엔 나름 복불복인 메뉴라는 거지. 무튼, 그래서 나는 팥빙수를 그 다 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 다 지.


구월동에 좋아하는 개인커피숍이 하나 있다. 
예술회관역 근처에 있는 인천중앙도서관으로 공부를 하러 다녔을 때 커피의 카페인이 그리워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우연히 들어가 본  그 곳은 핸드드립 커피를 꽤나 전문적인 솜씨로 맛나게 뽑아주었고 카페 곳곳에 붙어있는 컴패션 제 3 세계의 어린이 사진이 그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男사장님의 됨을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게 해주어 기분좋게 들르는 '내 마음 속 단골커피숍'


작년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올해 여름부터 팥빙수를 게시했더라. 한 번 맛이나 봐볼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는데 가격도 8천 원 이거니와 혼자 주문해 먹기엔 양도 벅찰 것 같아서 더운 여름 날에도 낭만을 퍼보겠다며 뜨거운 드립커피를 주문해 마시곤 했다. 


그러던 중, 이번 휴가에 Y와 책을 읽을 요량으로 참새네(내가 줄여부르는 커피숍 이름) 이틀 연덜아 가게 되었는데, 이 때다! 싶어서 Y에게 조르고 졸라(지금 생각하니 의문이야, 휴가비는 함께 계산해 노누었는데 왜 나는 네게 굽신하며 졸라야했을까...) 팥빙수를 주문해 먹었다. 갈린 얼음의 입자가 조금 크고 거칠어 씹어먹기에 약간 흠 스러웠지만, 직접 쑤었다는 그다지 달지 않은 팥과 고명으로 올려진 감칠맛나는 곶감의 맛이 좋아 마음에 들었다. 미숫가루와 아몬드가 좀 더, 그러니까 왕창 들어가면 내 입맛에 더 맞겠다. 아, 팥이 좀 달기는 했다. 그러니까 전적으로 내 입맛에.
































@ 참새가 물고 온 향기로운 원두
@ 팥빙수 / 8,000 \
@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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