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precipice,

삼년 전에도 그랬었는데

재이와 시옷 2012. 11. 1. 21:00



잔소리가 늘었고 꾸중이 늘었다. 손을 포개고 목에 힘을 빼야하는 순간들이 전보다 잦아졌고 내부에서 치미는 억울함이 짙어졌다. 종잇장처럼 간교한 것이 사람의 인품이라 모든 비겁은 상대성을 갖는다. 이를 보이며 웃지 않겠다 다짐도 하지만 푼수처럼 헤실거리는 것이 본래의 성품인지 헤프기 짝이없다. 이를 드러내는 찰나 속으로 아차한다. 뼈저리게 깨닫는 간사함 덩어리의 본체. 


오십 넘은 엄마의 손은 마를 날이 없고 겨울이면 손가락 끝이 모두 터 마주댄 살갗이 아프기까지 하다. 죄책이 쏘아보며 묻는다. '네가 무능해서 아직도 이 모양인거잖아' 반추라도 한냥 물머금은 목소리로 엄마는 말한다. '엄마가 너무 못나서 미안해' 괴로운 저녁이 베이며 지나간다. 


방으로 들어온 엄마가 쭈뼛대며 바닥에 제멋대로 널부러진 옷가지들을 개킨다. 가만 둬도 된다며 구겨진 것들을 내어드니 꾸물거리는 손을 모으고 이내 엄마가 안아왔다. 머리 하나 작은 여린 두부같은 포근함이 뜨겁게 기대어졌다. 목깨에 얼굴을 묻고 물을 쏟으며 말한다.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그치? 미안해' 


전생에 무슨 못된 업을 지어 당신은 이 생에서 나의 엄마가 되어버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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