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메모리카드.
복구되지 못한 몇 만개의 픽셀들.
언제부터 이리 '잃음' 에 대해 무덤덤해 졌을까.
무덤덤하지 않은 기제를 안고 있음에도 혹여나 폭발할까 하는 우려로 그 근본을 삭제한 걸까.
새 메모리카드를 사 충전완료된 카메라에 끼워넣고 내 방 곳곳에 지리멸렬함들을 찍어댄다. 매번 그 자리에 있었을 그 지루한 픽셀들이 전해주는 바는 커봐야 색감의 놀라움 뿐. 왜 라는 물음보다 어떻게 라는 물음보다 무엇이 라는 물음보다 단발마의 온점이 가장 적당할 지 모를 이 루틴.
마주앉아 식사를 하다가 물었다.
"엄마 나랑 마주앉아 밥 먹으니까 좋지?"
'응'
"응 나도 좋아."
모든 것들은 내게 죄책의 불티를 던진다.
사라질 수 없음을 상기시켜주는 곳곳의 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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