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이틀 중 하루는 대개 집에만 있는 경우가 잦다. 늦잠이라고 할 수 없을만큼 하릴없이 잠을 푹 자내고 오후깨쯤 일어나 그저 그런대로 점심을 떼우고 한 마리의 거실 잉여가 된다. 이 날도 그랬던 듯 싶다. 메모리카드 일자를 보니 3일이라고 되어있다.
매거진과 TV 등 멈춰있는 것과 흐르는 것들을 종일 양껏 봐내고 난 후에 거실 전기매트 위에 누워 혼연일체의 시간을 보내던 때. 퇴근 후 돌아온 두툼이가 이야기했다. 눈오는데 그것도 많이. '음?' 트위터 타임라인을 재빠르게 훑으니 중부지방 최고 15cm 대설.
푸근했던 며칠이 질투라도 났던지 입춘(立春) 전 날, 겨울이 떼를 쓰고 있었다. 나 아직 여기 있다고.
포실포실 내리는 눈을 기대하며 카메라를 챙겨 현관으로 뛰었다. 마찬가지로 돌아온 임여사는 쟤가 왜 저러나 하는 눈빛이었고 그에 답을 해주 듯 두툼이는 '쟤 또 사진찍으러 가네 눈 온다고.' 말했다.
덮이고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이었는데 하늘마저 덮이는 것 같았다.
하얗게.
우리들에겐 한점의 온기가 필요하다.
쪼오기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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