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라는 원작이 영화라는 다분히 다른 매체로 연출되어야 할 때엔 작은 부분을 포함해 큰 갈래들 또한 각색되어 지기 마련이다. 그 낯설음이 친숙하게 원작과 오버랩되지 못하면 관객들은 당연한 수순을 밟듯 단물이 떨어진 껌을 폐기하듯이 그렇게 영화와 멀어진다. 대개의 원작을 갖고있는 영화들이 실패하는 요인 중 가장 큰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나역시 영화 <고령화 가족>을 보기 전 천명관의 소설, 고령화 가족을 읽은 우선적인 독자였다. 책을 처음 읽었던 해에서 오늘이 되기까지 시간의 여백이 있던 터라, 극장을 찾기 전 소설을 한 번 더 읽고갈까도 싶었다. 그렇게 할까 하는 마음이 30,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아예 새로운 어떤 영화를 보는 시선이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70. 그러해서 퇴근 후 가까운 극장과 빠른 상영시간을 잡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혼자 극장을 찾았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이 무식함없이 꽤 매끄럽게 정리되어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잘 쓰여진 소설 원작이 있다는 그 배후의 안전함이 있어 가능한 것이기도 했을테지만 실제로 그 감상 뒤엔, 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아도 어머나 세상에 하며 뜨악해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달렸다. 하물며 장르와 소재가 '가족' 이라는 한 점에 모이니 연령대의 구분없이 흡족해할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아, 대신 전형적일 수 있는 40대 아저씨의 헐벗은 몸을(특히 궁디를) 보게 된다는 나름의 취약점이 있기는 하다. 뭐 그렇다 해도 박해일의 비쥬얼이 깔끔하게 퉁쳐주니 불안해할 요소는 사실상 없다. 박해일의 궁디마저도 멋있다는 건 아니다. 얼굴을 말하는거다 얼굴.
이 영화의 핵심은, 배우 윤여정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떨어진 시선의 감정처리, 모두 내 품안의 자식들이라는 듯 말하고 있던 그 무한의 애정이 은은하게 드러나던 얼굴의 모든 표정, 반가움과 기다림과 안심이 미묘하게 그렇지만 극렬하게 분간되던 톤의 선명함까지.
윤여정이라는 배우가 새삼 놀라운 영화다. 이 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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