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seek; let

10_아직도 궁금한 이야기

재이와 시옷 2013. 9. 6. 13:05

 

 

 

오랜만에 글을 쓴다.
그만큼 당신 생각을 어쩌면 뒤란에 두었던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 나는 그만큼 상처에서 멀어졌던 걸까 더불어 생각해 본다. 그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사실이라면 아직도 밤이 이리 고통스러워서는 안 되는 걸 텐데. 그런 생각들을 한다. 끊임없이, 잇따라. 그리고 깨닫는다. 이미, 당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그날, 물어보고 싶었다.
이야기 사이로 내 이름이 오가고 있던 그때에.
당신과 함께했던 마지막 여행담을 늘이며 순식간에 그때 추억으로 빠져들고 그만큼 쓸쓸해하던 그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나누던 그 이야기들에서 나의 이름이 오가던 그때에, 물어보고 싶었다. 물었어야 하지 않았나 하고 그 밤이 지난 뒤부터 지금까지 한동안 아주 오래오래 후회한다.
단 한 문장이었다.
'그렇지 그때 찬숙이 얘기 많이 했었는데.' 오로지 이 한 문장. 성큼 묻고 싶었다.
'무슨 얘기? 나의 무슨 이야기를 했었어 오빠가?'

 

의미는 없었을 것이다. 물어서 답을 들었다 한들 후회의 무게를 보태 더 짊어졌을 게 뻔했다. 그게 다 일거다. 분명히. 그런데, 그럼에도 듣고 싶었다. 당신이 했다는, 많이 했다는 그 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당신의 입과 말을 통해 그려졌을 나의 점선과 면들을 함께 따라 그리고 채우고 싶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을 나의 모습과 나의 잘못들까지 낱낱이 알고 싶었다. '어쩌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나와의 재회를 다시 손꼽았을 당신이었지 않을까 하는 못난 자위로. 아무래도 좋았다. 당신의 모든 말들을 알고 싶었다. 당신 목소리의 파장을 이제 더 들을 수 없다면, 그래서 알고 싶었다. 듣고, 넣어 나의 이야기로 당신을 꾸리고 싶었다. 4년이 되도록 꼬리를 무는 기형의 물음표를 수없이 매만지며 별안간스럽게 떠올린다.

 

'무슨 이야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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