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랑의 형태는 모든 선에서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델과 엠마의 눈동자에 담겨있던 벗은 감정들이 오롯 마음에 와 닿았다. 여-여 커플이라는 특별함이 끼어들 새 없이, '사랑'을 해본 우리들은 그것들을 바로 마주할 수 있다. 보편적인 이야기인거다 결국엔. 보편적이고 흔한 사랑이야기.
179분에 러닝타임에 담으려 했던 광활한 서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편적인 이야기니까. 덜어낼 수 없는 맹점들을 모두 가져가고 싶었던 신념이었겠지만 구태여 라는 표현이 맞다. 구태여 그러지 않았어도 되었다. 두 시간을 넘어가면서는 생각의 샛길로 자주 빠지곤 했다. 스크린 속, 레아세이두가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예뻐서. '나라도 반할 것 같아..' 라는 딴맘을 자주, 그것도 계속 먹었다. 저 매력적인 여자가 학교 앞에서 담배를 아스라이 물고 연기를 뿜으며 나를 향해 웃어주는데 어찌 같이 설레지 않을 수 있겠어. 사실 그 재회의 장면에선 육성으로 '아.' 하는 탄복이 새나왔다.
포스터의 카피처럼 '소녀, 사랑에 물들다.' 그 상징이 그녀를 이루는 파랑(blue)에 있다. 소녀가 만난 사람과 그 사람에게 빠져 사랑을 알게 된다. 그 전에도 여자를 사귀어 본 적 있냐는 파티에 초대된 이의 질문에 아델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아델에게 이전의 의미는 없던 것이었다. 소녀 아델은 엠마를 보았고, 엠마에게서 사랑을 피워냈을 뿐이니까. 그래서 더 특별하지 않다는 거다. 우리는 자주, 그리고 미련하게도 사랑에 빠지는 반복의 삶을 살고 있으니까.
아델의 연기가 날 것의 느낌이었다. 능숙하게 시선과 감정을 드러내는 레아 세이두의 연기가 보통 이상의 좋은 것이라면, 배우 아델의 연기는 날 것 그러니까 생(生)의 기운이었다. 사랑과 좌절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녀의 표정과 눈빛이 무척 사실스러워서 보는 나의 감정이 조금 뒤섞이곤 했다. 배우 아델이 정말 배우 레아 세이두를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울부 짖으며 잘못을 토로하고, 결핍된 자의식과 본인이 마주서는 걸 보았을 때 절망의 깊이를 더 깊게 인식했던 것 같다.
서로의 길을 달리하게 된 흔한 연애사의 대목이다. 동성커플이라서, 퀴어 장르에서 이처럼 수위높은 정사씬이 고스란히 상영된다는 점 등에서, 화제의 반열에는 오를 수 있겠지만 명성 높은 어떤 상을 수상할만큼의 뛰어남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냥 나는 레아 세이두가 너무 예뻤다. 아주 그냥 너무 예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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