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이라고 하기엔 거창하기 짝이 없고, 그냥 나만의 줏대없는 기준으로 본다면 '나는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보지 않는다.' 이제까지 그래왔다. 혐오와 기피까지는 아닌데 뭐랄까 내게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투여되는 수고와 노력을 기존 필름 영화와 비교하였을 때 전혀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지만, 이게 말 그대로 취향인 것이라 딱히 이제까지 이 부분의 당위성에 대해 논의해본 적 없었다. 내겐 그럴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극장에서 처음 본 애니메이션' 이라는 타이틀을 <겨울왕국>이 갖게 된다.
연상호 감독님의 <사이비> 라는 사회고발 애니메이션도 보고싶은데, 볼까 하는 마음을 잠시 품기는 했지만 직접 예매하지는 않았었다. 작은 호기심에서 발현된 용기는 보기좋게 금세 수그러들었고 그 용기가 다시 발현되기까지는 이렇게 몇 달이 걸린 셈이다. 심지어 <겨울왕국> 역시 함께 본 이가 보러가자! 하지 않았더라면 영영 안봤을 수도 있다.
아무튼 감상으로 삥 돌아 다시 얘기하자면, <겨울왕국>은 재밌었다.
무척이나 훌륭한 서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도 배울점들이 분명 있었다. 사람은 참 재미있는 게,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뻔한 이야기들도 내 마음속 울림이 아닌 바깥의 소리로 들었을 때의 깨달음의 정도가 확연히 남다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평생 살며 배우고 또 배우고 깨닫고 또 깨닫고 하는 것 같다. 그 주제로는 매우 다양한 것들이 있지만 역시 '사랑'을 따라올 수 있는 것은 없을테고.
OST가 곧 뮤지컬의 뷰로 풀이되며 화면 구성이나, 삽입된 주인공들의 주제곡들이 참 속속 다 좋았다. 다 보고난 후에 곡들을 찾아 수차례 반복해서 듣고 관련곡들 역시 또 찾아 보고 듣고 하고 있다. 여러 곡들 중 단연 'Let it Go'가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만큼 곡이 참 좋다. 주인공 엘사가 눈보라를 스스로 만들고 그 안에서 한 발자국씩 내딛으며 하늘 향해 손을 치켜들고 '렛잇 꼬~우!' 할 때에는 정말이지 화면 구성도 그렇고 너무 예쁘더라. 너무 좋더라.
엘사 외모를 칭찬하자면 뭐 입 아프고 역시 가장 사랑스러운 건 올라프지 암.
여름을 사랑하는 눈사람이라니! 너무 귀엽잖아 이건! 돌덩이 트롤들과 대화하는 크리스토프를 보며 아무래도 맛이 간 것 같다고. 자신이 연기를 해 시선을 끌테니 그동안 어서 도망치라며. 너를 사랑해서 이렇게 할 수 있다며 내 걱정은 하지 말라며 안나에게 복화술 하던ㅋㅋㅋㅋ올라프가 정말이지 너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극장에 시끌시끌 감정이입한 초딩들도 없었고 토요일 저녁에 본 터라 매진 직전에 예매 성공했는데 극장에 도착해보니 정말 98%가 성인들ㅋㅋㅋㅋㅋ 왠지 그 그림이 무척 귀여웠다. 더빙은 왠지 원작이 의도한 분위기가 반감되지 않았을까 싶어 당연 자막편으로 봤는데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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