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seek; let

hOMe

재이와 시옷 2022. 8. 8. 17:42

 

노래 한 곡에 마음을 붙들려서 열흘도 더 전부터 노래 제목과 같은 제목의 글을 써야겠다 마치 해내야만 하는 일인 양 다짐까지 했다. 노랫말은 내가 당신에게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고, 당신이 내게 바랐던 것처럼 들리기도 해서. 

 

나는 당신이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나의 집이 되어주지 않을까 여겼고,
당신은 내게서 우리에게서 집이 만들어질 수 없음을 깨달았던 걸까. 당신의 깨달음이 나의 안일함보다 재빨라서 지어진 적조차 없던 우리의 집은 그렇게 허물어져 버린 걸까. 나는 당신에게 무엇이 되어줬을까. 무엇이 되어준 적이 있을까. 

 

전화 한 통의 수신자도 되어주지 못한 내가, 당신이 편히 몸을 뉘울 집이 되어줄 수 있었을 리가 없지. 빗물이 새 고여 들고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안팎으로 들이쳐도 다리를 접어 몸을 웅크려야 했어도 그 자리만큼은 따뜻한 그런 집이었다면 내가. 그랬다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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