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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ordinary; scene

안전 제일

재이와 시옷 2023. 12. 1. 12:58

제목을 뭐라고 짓지 하다가, 지금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인 공사 현장에 쳐진 가림막을 보고 결정했다. 안전하다는 것은 중요하니까. 일상도 마음도 사랑도 삶도 내일도.

 

 

 

 

평일. 비록 금요일이라 휴일에 가깝다 할 수 있지만. 평일 오전 적당히 붐비는 카페의 한자리에서 커피 두 잔을 연달아 마실 수 있는 시간. 주중에 주어지는 나름의 호사. 이 일을 하고 있어 보통의 남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 중 포기하게 된 몇몇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이 일을 하고 있어 보통의 남들은 하지 못하는 몇몇을 누리기도 한다. 오늘 이 시간처럼. 

 

올해가 한 달 남았다. 1201.
이쯤이긴 한데 1일을 알리 듯 오늘 아침 생리 녀석이 등장했다. 괘씸한 것.

며칠 전엔 생일이었고 예년에 비해 생일 축하 알림이 뒤늦고 적었지만, 별안간 사과로 시작하는 문자들을 읽으며 내가 축하를 그렇게 기다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이미 온전하게 충만한 축하가 채워져 있어 그럴 수 있던 것 같다. 기다린 어떤 축하들도 있었지만 속상한 티를 내지 않는다. 꿍쳐두고 있다가 나중에 나중에 툭 뱉어내야지. 왜 그랬어요 나한테..?ㅋㅋㅋㅋㅋ

 

 

 

 

/ 11월 한 달, 그 안의 며칠들.

 

계절 음식. 제철 음식을 챙겨 먹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찾아 먹는 것이 사랑이고 애정이다. 한겨울이 오기 전 늦가을엔 살이 달게 차오른 새우를 먹어야 한다. 깻잎을 떼주든 말든 그건 개의치 않는데 새우는 아니다. 새우를 까주는 건 완벽한 표현이다. 사랑의 표현이다. 손이 많이 가는 먹거리에 내 손을 대본 적이 없다. 생선살도, 감자탕의 고기도, 새우껍질도 모두. 사랑이다.

 

 

 

 

원래도 돈을 쓰지만, 생일 월간만큼은 합리적 소비라 자기 최면을 걸며 돈을 흡사 물 쓰듯 쓴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맛, 그것은 돈 쓰는 맛. 월곡동 지네답게 신발이 많지만 발매가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토바코를 안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새벽에 무신사 둘러보던 중 약간 충동적으로 구매했는데 받아보니 실물이 훨씬 예쁘고 갖고 있는 가젤들보다 착용감도 나은 편이라 잘 샀네 잘 샀어 템으로 등극했다. 주말 애인과 데이트 중 가로수길 테일러커피에서 똑같은 신발을 신은 남성을 본 애인은 '멋도 모르는 녀석이 또 있네' 하고 혀를 찼다. 참 나.

 

 

 

 

18일에 수유동 코미하우스에서 생일잔치를 했다. 시간과 장소를 도통 맞추기 어려운 모든 것이 제각각인 우리 다섯인데 지호아버님의 희생과 배려로 코미하우스에서 아주 오랜만에 대게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몇 달 새에 더 자랐을 지호씨를 보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우리 코미를 양껏 안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여느 때처럼 얼굴을 맡기고 그가 핥으며 보여주는 애정을 가득 받아왔다. 샤룽해요 송코미.

 

 

 

 

19일로 넘어간 새벽 세시에 택시를 타고 월곡동 집으로 귀가해 몇 시간 자고 열 시 반 예약해 둔 동네 미용실에 갔다. 3년? 4년? 만에 머리를 또 히피펌으로 볶았다. 나를 제일 예쁘게 봐주는 두 명(애인과 임여사) 모두가 그렇게 좋아하지 않고 그렇게 예쁘다 해주지 않는 내 파마머리지만ㅋㅋ 내 스스로 보기에도 완벽하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아니지만ㅋㅋㅋ 오랜만에 볶고 싶어서 볶았다. 마음에 든다. 이상한 애처럼 보여서 세 보인다. 

 

 

 

 

애인과 처서 휴가로 다녀온 곳이 마음에 들었어서 둘이서 보내는 생일연차를 위해 다시 예약을 했다. 여름에 왔던 곳을 겨울에 다시 찾았다. 똑같이 펜션 가는 길 도로가에 있는 정원이 넓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숙소 테라스에서 고기를 맛있게 야무지게 구워 먹고 술도 많이 먹고 똑같이 콩이가 먼저 잠들었다. 지난번과 다른 것이라면, 콩이가 먼저 잠들 걸 알고 내가 짜파게티를 끓이지 않은 것과 그가 전기매트 훈훈함에 반해 8시가 되기도 전에 수마에 빠졌다는 것. 강가에 기운이 콩이랑 잘 맞는 것인지 아침까지 깨지 않고 아주 잘 자더라고. 잘 잤으면 됐지 뭘^^

 

 

 

 

 

콩이에게 생일 선물로 이번에 출시된 애플워치9을 받았다.
콩이가 이건 생일 선물 아니고 그냥 내가 보고 예뻐서 안 살 수가 없어서 사주는 거야 템으로 노스페이스 숏 푸퍼를 받았다. 학창 시절 남들은 다 가졌으나 나는 가져본 적 없는 등골브레이커 템을 처음 가져 보았다. 기장이 짧아 골반 아래로는 찹지만 웃통만은 봄이다. 반소매 티셔츠 한 장 위에만 입어도 따뜻하다. 이래서 다들 노페노페 하는 거였군요. 
또, 콩이가 이건 생일 선물 아니고 그냥 내가 보고 예뻐서 안 살 수가 없어서 사주는 거야 템으로 루이비통 투톤 백을 받았다. 루이비통 케이스를 받아 들고 기함하는 나를 보며 콩이는 계속 생일 선물 아니라고 했다. 아니 가방 받을 줄 알았으면 워치는 내가 샀지 뿌에엥 하면서도 내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지. 
당신이 마음을 쓰고 또 쓴 결과를 여덟 번째 해가 되는 동안에도 온전히 받아낼 수 있어서 감사해. 일 년이 지난날에도 더해 몇 년이 더 지난날에도 이 마음과 감사함을 예쁘게 보살필 수 있다는 확신이 우리에게 있어서 더 감사해요. 고마워요 사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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