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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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헌트 Jagten, The Hunt, 2013

# 거짓이 어떻게 진실이 되는 지, # 우리가 믿는 진실의 속성에 대해, - 보는 동안 영화 의 브라이오니가 떠올랐다. 그리고 인상을 듣기만 했던 영화 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브라이오니가 끊임없이 떠올랐던 건, 잊을만 하면 화면에 나타나는 클라라가 괘씸해서 였기도 하고, 무엇보다 망상이 여러 입을 거친 힘을 얻어 진실로 착상되어가는 그 괴이함에 화가 나서 였을 거다. - 에서 브라이오니는 진실의 토로 시기와 그 방법을 순전히 자기속죄의 개념에서 시행했다. 그들의 사랑은 비극이 되었고 그들의 생(生) 역시 비참했다. 그 사실을 안 나중에서야 그들의 이야기를 완성해주고자 했으니 이 얼마나 비겁한 자기속죄인가. 그들의 죽음이 없었어도 과연, 진실로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을까? - 유치원의 아..

(precipice;__)/see 2014.02.10

다우트 Doubt, 2008

- 메릴스트립과 필립의 연기는 정말이지 경탄스럽다. - 영화 를 보고 뒤이어 본 영화다. 를 보며 느꼈던 감정의 깊이, 진실의 속성에 대해 이 영화를 같이 나란히 두고 본다면 더 좋은 생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화를 본 후의 감상에 대해 정해진 답이란 건 없으니 O/X 마킹을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정도를 가늠하고 다가서는 데에는 분명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행히 생각을 연결하고 나의 것으로 정립하는 데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 말장난을 좋아한다. 감정을 상하게 하는 무례한 농담과는 질적으로 다른, 위트를 얹어 자연스레 상대의 웃음을 끌어내는 그런 말장난을 좋아한다. 언어유희.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배우들의 이름을 한국식 이름으로 달리 부르는 것이나(가령, 톰크..

(precipice;__)/see 2014.02.10

경주에서 씁니다

지난 목요일 저녁부터 오늘 그리고 지금까지 경주에 머물고 있다. 요리할 맛이 절로 나는 좋은 부엌과 색깔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벽난로의 온기를 거실에서 쬐며 작지만 사랑스러운 녀석들을 무릎에 앉혀놓고 평화를 유영하고 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오래오래 눈이 내렸고 오후에는 눈을 맞으며 눈사람을 만들었다. 발자국 소리에 놀라 도망가는 들고양이의 뒤를 쫓기도 하고 발자국 없이 하얗고 길게 늘어선 길을 밟으며 멀고 먼 장관을 오래 바라보기도 했다. 경주에서 쓴다.

leaf

대중목욕탕. 탕에 들어가 귀퉁에 자리를 잡고 앉아 대리석에 팔을 걸치고 가만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대중목욕탕' 만큼 사람 냄새 풀풀 나는 곳이 또 있을까 싶다. 벌거벗은 사람들. 각기 다른 가슴의 모양, 허리춤 두터운 살의 정도, 악을 지르며 우는 아기, 바가지로 물을 퍼 바닥과 자신의 몸에 뿌리는 그 태세 등등. 이처럼 그 이름이 잘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삶의 냄새를 밀접하게 맡는 곳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번화가의 횡단보도. 다른 하나가 바로 목욕탕이다. 서로를 조금씩 흘기며 자신과 빗대보는 그 품새가 가려지지 않고 그대로 드러난다. 욕망이라 하기엔 너무 날 것이고, 열등이라 하기엔 너무 서로들 닮아있다. 우리는 각자의 벌거벗은 몸에서 무엇을 보는걸까. 2014. 1. 31 닿는 새벽..

겨울왕국 Frozen, 2014

신념이라고 하기엔 거창하기 짝이 없고, 그냥 나만의 줏대없는 기준으로 본다면 '나는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보지 않는다.' 이제까지 그래왔다. 혐오와 기피까지는 아닌데 뭐랄까 내게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투여되는 수고와 노력을 기존 필름 영화와 비교하였을 때 전혀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지만, 이게 말 그대로 취향인 것이라 딱히 이제까지 이 부분의 당위성에 대해 논의해본 적 없었다. 내겐 그럴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극장에서 처음 본 애니메이션' 이라는 타이틀을 이 갖게 된다. 연상호 감독님의 라는 사회고발 애니메이션도 보고싶은데, 볼까 하는 마음을 잠시 품기는 했지만 직접 예매하지는 않았었다. 작은 호기심에서 발현된 용기는 보기좋게 금세 수그러들었고 그 용기..

(precipice;__)/see 2014.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