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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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마리의 고양이

밥이다아아아아 폴짝 지나가는 삼색이 으쌰. 밥을 향해 가는 삼색이 으히히 뒷모습 봐. 아직 살집이 다 오르지 않은 날씬한 뒷태. 비,비웃지마라. 인간이라고 무시하냐? 아구 예뻐. 삼색이와 까꼬 투샷. 전투적인 삼색이. 아우 단아해 예뻐. 줌인 했더니 화소가 조금 깨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로딩. 예쁘니까. 아롱이와 까꼬. 아롱이가 까꼬엄마였던가? 얘는 되게 소심한 삼색이. 맨날 숨어있고 밥도 쭈구리처럼 먹고 그랬다 짠하게시리. 거의 올블랙에 가까운 턱시도냥이는 비쥬얼은 제일 근엄쩔 것 같은데 외지냥이인지 어딘지 모르게 이 무리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느낌. 그래서 밥도 조금 쭈구리처럼 먹고 그랬는데 쉴 때는 또 저렇게 아롱이랑 붙어있대? 냥이들 의중을 알 수가 없어 그래도 좋아. 예쁘니까.

여름의 경주

내일로 기차여행을 하며 잠시 들렀었던 몇 해 전의 경주. 기차 시간이 빠듯하여 남들 다하는 자전거 빌려타기도 못해보고 삼천원 짜리 우산 꼭지 하나에 의지해서 역 근처를 뽈뽈거렸던 기억. 밥 한끼 먹지 못했고 첨성대 지척으로 가지 못해 먼 발치에서 사진만 몇 장 담았던 것이 고작이었다. 밤의 안압지를 보는 호사는 당치 않고 그곳으로 가는 연꽃길이나 조금 걸었던 게 전부. 그리고 올해 겨울, 약 열흘 가량을 눈이 덮인 경주에서 보냈었다. 무척이나 평화로웠지만 쉬이 밖을 다닐 수 없던 환경에 별장 밖으로 나와 산길을 돌며 콧바람을 들이키는 것에 감사했던 겨울. 그리고 다시 계절이 두 번 바뀌어 여름, 경주를 찾았다. 내가 도착한 것은 11일 월요일. 그 전 주에는 내내 비가 쏟아졌었다고. 의아해하는 것이 당연..

올가미

​​​​​​​​​​​​​​​​​​​​​​​​​​​​​​​​​​​​​​​​​​​​​​​​​​​​​​​​​​​​​​​​​​​​​​​​​​​​​​​​​​​​​​​​​​​​​​​​​​​​​​​​​​​​​​​​​​​ 당신은 이미 빠져나가고 없지만 당신이 이미 들어왔던 여기에서 나는 따뜻하다.​ ​​

그렇게 입추(立秋)마저 지나고

잡히지도, 그렇다고 돌아오지도 않을 시간들이 저만치 달아났다. 손아귀에서 용을 쓰고 벗어나 달음질 쳤다기보단, 그냥 멍하니 있다보니 어느새 저기로 훌렁훌렁 가버리곤 꼴 좋다는 듯이 메롱까지 해보이는 그런 얄미운 모양새. 그래 내가 이 세계의 잉여다 젠장. 이 년여를 다닌 회사를 관두고 사개월 가량 실업급여를 받으며 탱자탱자 놀았다. 백 여만원의 실업급여가 세달 동안 계좌에 또박또박 찍혔는데, 학자금대출과 엄마 위해 받아주었던 대출(엄마는 기억을 전혀 못하지만), 소소한 음주가무로 쓴 카드값, 핸드폰요금, 인터넷요금, 교통비, 친구들과 하고 있는 우정 곗돈, 헬스비 등 요렇게 조렇게 하면 그 돈이 딱- 백 여 만원. 실업급여가 바닥나고 임여사의 눈총과 잔소리, 히스테릭을 감당하기 벅찼기에 슬슬 몸 쓸 준비..

지금 여기가 맨 앞

제 스스로도 설명이 쉬이 되지 않는 며칠이 지났다. 짧게는 몇 주일까 길게는 한 절기에 이를까 시간을 이제와 가늠해보려 하니 마땅한 시작점을 꼽지 못하겠다. 인트로부터 정돈되지 않으니 다음 트랙이 말끔할 리 없다. 그럼에도 정신사나운 글과 생각을 굳이 지어내는 이 욕심을 또 막아서지도 못하겠다. 내게 무능력한 나를 본다. '너는 항상 그런 식이야.' 언제나, 항상, 그런 / 등의 수식이 이리 서운한 것인줄 여태 잘 몰랐던 것 같다. 그 말들 앞에 세상 혼자 버려진 듯 덜커덕 주저앉았던걸 보면. 어떤 길을 돌아보아도 속이 까맣게 상해 꾹꾹 눌러온 말들을 쭈뼛쭈뼛 꺼내 놓았는데 돌아온 대답이라는 것이 '그게 그렇게 기분이 나빠?' 였다. 깨달았다. 어떤 방식으로도 나의 상처와 서운함이 상대에게 용인 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