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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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2012

은채씨, 옷 그렇게 입을거면 그 몸둥이 그냥 나 줘요. 홍상수 영화의 여주인공들은 왜 다들 옷을 그렇게나 거지같이 입는 것인가. 이건 한 번 쯤 고찰이 필요하지 싶다. 아무리 일상과 면밀한 독립 장편 영화를 그리는 감독이라 할지라도, 요즘같은 일상에 저 정도의 센스로 옷을 입는 여성이 과연! 얼마나! 있다고! 하물며 바지만이라도 스탠다드핏이던가 아, 부츠컷이 웬 말인가. 애니웨이, 트위터에서도 영화를 보고 나온 후에 짧게 트윗했다. 140자로 늘릴만큼의 감상평이 나오지도 않았을 뿐더러 뭔가 문장의 단장이 드러나서 좋을 것이 없다는 개인적 감상에서 였다. 영화가 나빴다는 것이 아니고, 느낌이 그저그러했던 것뿐. 찌질하다. 솔직하고. 찌질해서 좋고, 창피하지만 솔직하고, 그래서 좋더라 이 영화는. 가장 기억..

(precipice;__)/see 2013.03.17

신세계, 2013

무간도 오마주면 좀 어떻습니까. 마흔 네 살 아저씨가 저 정도 섹시하면 됐지. 기존 러닝타임도 짧은 편은 아닌 140분 정도 되는데 편집된 분량이 50분 정도 된다고. 감독판 dvd가 나오면 보다 명확한 결말 해석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누리꾼들 사이에서의 소식이 있기는 하나, 이 정도 열린 결말이면 퍽 괜찮지 않나 싶다. 이 영화의 단점은 '저런 깡패오빠나 남편 있으면 꽤 좋을 듯?' 하는 위험한 판타지를 심어준다는 것. 하하하. 최민식과 황정민의 연기야 워낙 정평이 나있으니 코멘트 붙이기도 입 아픈 수준이라 하겠지만, 의심가는 이정재의 함량으로 괜찮을까 싶었었다. 그가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들의 흥행은 커녕 처참한 완패를 보아왔으니. 아니나다를까 영화 개봉과 함께, 이자성 역할을 최민식이 직접 이정재에게 ..

(precipice;__)/see 2013.03.17

Silver Linings Playbook, 2012

올 해 들었던 보았던 여러 편의 영화 중, 가장 좋았던 영화. 보는 동안 한 손은 주먹을 쥐고 입술 위에 댄채 시선을 조금 치켜뜨고 봤더랬다. 대사들이 또박또박 열을 맞춰 귓 속으로 들어왔고 인물들의 배경과 그들이 서있는 길가의 나무와 도로 아스팔트의 질감까지 꽤나 생생히 다가왔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만족감이었다. 주인공 주변 인물들의 상황과 대사들에서 동시에 생각이 고리가 열렸고, 열린 고리들이 막힘없이 이어져가면서도 눈은 계속 영상을 좇아 가던 순탄한 느낌. 문자 그대로 영화를 '잘' 보고 있구나 느껴졌다. 영화는 지나치게 따뜻하지 않았지만 그 적정의 온도 덕에 더 깊이 스밀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지금도 핸드폰에 파일을 넣어두고 왕왕 장면들을 돌려보고 있다. 브래들리 쿠퍼가 공황장애처럼 혼자만..

(precipice;__)/see 2013.03.17

The Berlin File, 2012

개봉 후 많은 매체들에서 호평과 혹평이 균일하게 쏟아졌다. 어느 기사와 리뷰에 휘둘리지 않을만큼의 텀이 지나기 전, 명절 기간 극장에를 찾아 보고 왔었다. 가장 눈에 띄던 혹평들은 대개 본시리즈와의 비교를 논하며 할리우드 스케일을 따라가고 싶던 뱁새의 처절함이라 표현하고 있었다. 쥐뿔 영화를 잘 모르는 나지만 그 비교들에는 웃음이 났다. 어떤 뱁새가 저리 화려하기나 했는지. 북한사투리가 많아서였는지 귀에 낯선 화법에 물리는 대사들이 잘 안들리곤 했다. 그건 분명한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특히 이경영 아저씨의 대사 20%는 두번째 관람을 했을 때에도(난 무려 베를린을 두 번 봤다 그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쯤되면 내 귀가 문제인지 아저씨의 발성이 문제인지 한 번 고민해봐야하지 않을까. 대한민국에서도 이..

(precipice;__)/see 2013.03.17

Moonrise Kingdom 문라이즈킹덤, 2012

포스터와 간단한 시놉만 보고난 후 보고싶어진 영화였다. 어딘지 낌새가 서두르지 않으면 극장에서는 볼 수 없어질 것만 같아 평일 퇴근 후에 부랴부랴 안국역으로 갔다. 아주 오랜만에 찾은 씨네코드선재. 몇 해 전, 처음 이곳을 찾아 갈 적에는 바보같이 길을 뱅뱅 돌았었는데 그 몇 해 동안 나의 길찾기 능력은 꽤나 발달해(뭐 못믿겠지만..) 네이버 지도를 보고 미리 알아가는 이 치밀함! 껄껄 그렇게 단번에 찾아가 을 보았다. 보이스카우트의 공식 왕따 고아 샘 집은 물론 학교에서도 구제불능 취급 수지 소년과 소녀는 첫 눈에 서로에게 반한다. 1년 여 동안 펜팔을 이어오던 둘. 만나기로 한다. 만나서 도망가기로 한다. 둘만의 장소를 찾아. 영화는 매우 사랑스럽다. 웨스앤더슨 감독의 영화가 대개 그러한지는 모르겠지..

(precipice;__)/see 2013.02.08

Life of Pi 라이프 오브 파이, 2012

보고싶었던 영화였다. 어딘지 묘하게 특정 라인 아래로 가라앉지 않는 감정선을 갖고있는 것 같다. 많지는 않지만 몇 편의 이안감독 영화를 보고난 후의 느낀 개인적인 감상이다. 파이이야기 역시 적정의 감정선을 림보걸이 어디쯤엔가 맞춰두고 그 위 아래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시종일관 신을 이야기하고 나를 구원한 그분의 위대함과 인간이라는 미물이 맞춰두고 걸어가야할 길에 대한 도덕적 준거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보니 그런 일련의 대사와 그것들을 내뿜는 미쟝센이 거슬릴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보지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섬세한 사람은 아니다보니 윈도우 바탕화면같은 롱테이크를 바라보며 우와우와 거리기에 바빴고 리챠드빠ㄹ커(이렇게 들린다 실제로ㅎㅎㅎ)의 생생한 수염결을 보며 '분명히 C..

(precipice;__)/see 2013.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