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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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Midnight 비포미드나잇, 2013

비포선라이즈->비포선셋->비포미드나잇 하루 안에 세편의 영화를 연달아 봤다. 두 편은 빗소리를 들으며 진하게 내린 커피 두 잔과 함께 집에서였고, 비포미드나잇은 커피를 다 마신 후 시간 맞춰 극장을 찾아가 보았다. 이날도 어김없이 영화를 다 본 후 상영관에 우산을 두고 나와 관리아저씨께서 손수 찾아다주셨지. 하하하하 비포선셋의 첫장면에서도 놀랐었는데, 비포미드나잇의 첫장면에서는 더 놀랐다. 아 에단호크...아들과 공항을 걷고 있는 제시를 보았을 때의 그 탄식이란. 정말 음을 그대로 안고 '아..' 라는 소리가 불현듯 삐져나와버렸다. 뱃살 왜 때문인거죠 흑흑흑 그래 영화 세 편이 더해진 세월 아니던가. 자그만치 18년의 세월이 흐른거다. 나의 마흔 역시 저러하지 않을 보장과 확신이 어디있겠나. 나의 살그러..

(precipice;__)/see 2013.06.11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3

원작인 다음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먼저 본 사람이다 나는. 극장에 가기 전 한 번 더 보고 갔다 무려. 영화는 불친절하다. 나는 웹툰을 두 번 보고 온 사람이니까, 이 장면의 의도와 이어질 씬에 대한 짐작과 이해가 손쉽다. 그런 내게도 영화 안에서의 개연성은 엉성하다. 50화가 넘게 연재되었던 대서사의 이야기를 120분 러닝타임 안으로 축소해야 했으니 과감한 편집은 별 수 없는 것이라 하겠지만 그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영화의 흐름은 불친절하다. 어째서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아, 관객들이 이 부분에서 이렇게 넘어가면 조금 의아해할텐데' 하는 걱정을 해야 하나. 왜 내가. 최단기간 3백만 관객 돌파. 흥행할 수 있는 코드와 요소는 영화안에 있다. 분명히. 어리고 젊은 여성들이 볼을 붉히며 좋아할 B..

(precipice;__)/see 2013.06.10

Before Sunset 비포선셋, 2004

없이, 만 있었다고 해도 그 자체로 아름다웠을 영화다. 비포선라이즈와 비포선셋, 더해서 비포미드나잇까지 하루 중 가용될 시간의 범위 중 절반을 영화 보는 데에 썼다. 비가 왔던 날이었다. 창밖으로 빗소리가 끊임없이 튀어올랐다. 창밖 알 수 없는 타인이 문틈새로 만약 나를 보았다면 그 순간 난 어떤 장면처럼 보여졌을까. 비포선라이즈를 본 후, 바로 이어 비포선셋을 보면 첫장면에서 조금 놀라게 된다. 9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에단호크의 엷지만 잦은 주름들에 맺혀 시선이 푹하고 그곳에 가 머물게 된다. 하물며 강산이 변한다는 십년이라는 시간에서 딱 1년 빠지는 시간일 뿐인데, 스크린 속 배우라고 해서 그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겠지. 영화는 시종일관 그와 그녀의 말소리로 채워진다. 그 수다스러움이 살가..

(precipice;__)/see 2013.06.10

Before Sunrise 비포선라이즈, 1995

사랑을 꾸밈하는 것이 어쩌면 거창한 행위에 지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단연 겁쟁이들의 사랑은 어려운 것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용기라는 말이 직선으로 날아와 들었다. 상대 여자의 미래를 운운하며 심지어 네가 맞이할 부부 권태기에서의 자신의 쓰임이 어떨는지에 대해 찡긋찡긋 말을 꾸며낼 때의 그 뻔뻔함이 귀여웠다. 용기였다. 그것은 꾸밈없이. 운명과 인연을 입에 올리기 앞서, 우리가 진실로 용기내어 본 순간이 언제였던 지, 생각이 들었다. 덧, 비포선라이즈에서의 줄리델피는 어마어마하게 사랑스럽다. 러블리 그 자체.

(precipice;__)/see 2013.06.04

고령화 가족, 2013

소설이라는 원작이 영화라는 다분히 다른 매체로 연출되어야 할 때엔 작은 부분을 포함해 큰 갈래들 또한 각색되어 지기 마련이다. 그 낯설음이 친숙하게 원작과 오버랩되지 못하면 관객들은 당연한 수순을 밟듯 단물이 떨어진 껌을 폐기하듯이 그렇게 영화와 멀어진다. 대개의 원작을 갖고있는 영화들이 실패하는 요인 중 가장 큰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나역시 영화 을 보기 전 천명관의 소설, 고령화 가족을 읽은 우선적인 독자였다. 책을 처음 읽었던 해에서 오늘이 되기까지 시간의 여백이 있던 터라, 극장을 찾기 전 소설을 한 번 더 읽고갈까도 싶었다. 그렇게 할까 하는 마음이 30,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아예 새로운 어떤 영화를 보는 시선이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70. 그러해서 퇴근 후 가까운 극장과 빠른 상영시..

(precipice;__)/see 2013.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