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precipice;__)/see 77

레옹, 1994

영화 의 재개봉 소식을 3월부터 들었다. 재개봉 일자는 4월 11일. 절친한 친구의 생일이었던 터라 쉽게 기억하고 쉽게 상기할 수 있었다. 그랬던 반면, 11일에서 한참 멀어진 후에야 아, 맞아 레옹! 하며 생각이 번뜩 올랐다. 혹시나 그 며칠을 간격으로 상영관에서 밀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찾아갈 수 있는 극장과 시간표를 찾았다. 다행히도 종로 부근에 있는 서울국장에서 레옹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만나는 레옹은 아니었다. 스틸로는 수차례, 진득한 플레이로는 두 번. 이미 여러날에 걸쳐 익숙한 주변 사람을 만나듯 그렇게 보아왔다. 하지만 상영관의 큰 스크린 가득 채워진 마틸다와 레옹의 그 눈을 본 적이 없구나 하는 아쉬움이 뒤늦었지만 어떻게든 극장을 다시 찾게 만든거다. 보고싶었다. ..

(precipice;__)/see 2013.05.19

전설의 주먹, 2012

여느 때였다면, 벌써 새로운 달이 성큼 왔다느니 시간이 참 빠르다느니 하는 팔자좋은 소리들을 붕붕 띄웠을텐데 나름 직장생활 1년차가 되니 한 분기 마감이라는 말이 입에서 자연스레 나오더라. 찌글찌글한 꼰대같이 제 스스로 느껴져 몸을 베베 꼬면서도 별 수 없이 '매출'과 '목표' 따위 등의 단어 쓰임이 어색하지 않은 것을 어찌할 수가 없는거지. 이 날도 그랬다. 차주에 있을 목표성과회의용 분기 결산 자료를 만들어야 했고, 금요일 입점 예정인 신규 거래처에 납품하기로 한 사은품 4,000ea를 우리팀이 손수 포장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해버려 하루종일 정신없이 바쁘던 날이었다. 갑자기 띄워진 네이트온 대화창. 발신인은 쏘였다. 당장 확인하지 못하고 깜빡대는 그것을 작업표시줄 아래에 그대로 둔채 업무를 ..

(precipice;__)/see 2013.04.07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샘이났던 것 같다. 편견을 그득 품고서 책을 두른 띠지를 빤히 쳐다보곤 했다. 글을 잘 써봐야 얼마나 잘 썼겠어. 불혹의 세월도 넘기지 않은 푸릇한 작가의 글솜씨가 화려해봐야 요란한 빈수레에 그치기밖에 더 하겠나. 하는 생각으로 김애란의 글들은 읽어오지 않았다. 글을 잘 쓰고싶다는 허영을 수신으로하는 욕심이 거세질수록 동시대를 살아가는, 더해 같은 성을 가진 작가들의 필력을 아마도 시샘해왔다. 노력없이 얻고자했던 빤한 재주의 열등감에 뒤덮여 진짜와 노력으로 쌓아진 성곽의 단단한 결을 매만져볼 새도 없이 그렇게 마냥 갖고팠었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었고 그리 되었으면 좋겠다고 무진하게 꿈꿨다. 그래서 더 보고싶지 않았다. 평생 버섯전골은 먹지 아니하겠다며 완강하게 식탁 위 올려진 메뉴를 거부해왔다...

(precipice;__)/see 2013.04.01

지슬, 2012

퇴근 후 볼 영화의 시간을 확인하고, 퇴근 시간과 상영관까지 가는 거리를 가늠하여 중간의 틈을 어떻게 메울까 살풋 고민하던 때에 지잉- 문자가 울렸다. 카카오톡이 없는 난 몇몇 친구들의 불편의 토로를 들어줘야하는 감내를 치뤄내곤 하는데 그 불편을 제 스스로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냥 문자를 슥삭슥삭 전달해오는 몇몇 친구들의 배려를 기분좋게 느낄 수 있는 여유도 되려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문자의 발신인은 다름 아닌, 지난 주, 약속 당일에 약속을 펑크낸 친구 용히였다. 어라 요녀석보게? 당일 펑크의 이유는 바람이 너무 차다는 것이었다. 완연한 봄에게 밀려나기 싫은 겨울의 떼로 매섭게 바람이 불던 날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써글놈이 당일에 약속을 펑크내다니! 그것도 오랜만에 만나는 녀석 어떤 맛있는 것을 맥여 ..

(precipice;__)/see 2013.03.31

연애의 온도, 2012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라. 죽여버릴테니까." 미친년과 개새끼가 오가는 술자리에 반반한 남녀 둘이 으릉으릉 대립하고 서 있었다. 어? 하는 호기심에 한 번. 우연히 다시 마주한 티져엔 같은 사람, 다른 술자리에서 오열하며 보고싶어 죽겠다 끅끅대는 남자와, 침대에 엎드려 엉엉거리는 여자가 있었다. 그 장면을 두 차례 마주하고 결심했다. 보고싶다 저 영화. 별 일이 없는 주말, 두툼이가 물어왔다. 연애의 온도 보러갈래? 심드렁한 얼굴로 '글쎄 별로' 퇴짜를 놓고 몰래 예매했다. 혼자 보고싶었다 이 영화를. 뜨거운 피를 가진 보통의 인간으로 삶을 꾸리면서 쏘쿨을 남발하는 보통의 이십대들의 허세짙은 패기를 남몰래 모욕하고 그안에 함께 둥글려진 나라는 인간은 보지 않으려 했다. 쿨한게 다 뭐야 지질하게 구는 것..

(precipice;__)/see 2013.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