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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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교동과 구월동 어귀 어느 한 점들

새벽의 구월동 내 뒷 모습. 장미가 꽤- 예쁘다. 이번주엔 로또를 사볼까나. 며칠 전만 해도 이 담장색이 아니었는데, 이 날 새로 칠을 하고 계시더라. 나는 이렇게 쨍한 파랑이 참 예쁘더라. 그런데 이 집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보신탕집이라는 게 함정. 흉터가 많은 내 다리. 내가 좋아하는 시계와 그제 만든 믹스끈팔찌. 엄마가 어디선가 받아온 오색찬란한 등산용 손수건. 이케아 선반을 사야한다. 책상이 범람하고 있다. 타워브릿지의 위엄. 내 방 책상 귀퉁이의 우리집 향수 zone. 랑방과 더페이스샵 샤워코롱 빼고 모두 울오빠 향수라는 게 함정. 냄새 덕후. 지난 번에 Y가 만들어 준 아파치. 6월호 페이펄. 텍스트들을 다시 눈에 담아야겠다. 너무 맹맹하게 살았다 싶지.

(precipice;__) 2012.05.29

constrain proportions

constrain proportions 무릎을 모으고 비장한 놀림으로 그렇게 개어놨다 접혀지는 반듯한 모서리를 응시하면서 그대로 괜찮은 것이 될 거라며 데일 듯한 안일함으로 꾹 눌러 다림질까지 마쳐놓으니 그대로 된 것이라 안위했다 자위했다 그대로면 이제 된 것이라 이제 된 것이라 어줍잖게 옮기는 발걸음에도 차고 넘쳐 더 이상 가둘 곳이 없다는 듯 칭얼대며 바지단을 물고 늘어진다 나의 이기심이 그렇게 나를 올려다 보았다 이불을 머리 한 올의 끝까지 뒤집어 쓰고 나면 으레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다 라는 맹랑한 상상을 했다 새벽이 차가웠다 습했다 눅진했다 궁금해졌다 눈알을 처박고 쏟아냈던 그것들은 매트리스 어딘가로 흘러들어갔을까 더없이 교교했던 일그러진 내가 비춰지고 있었다 구겨진 점토같아 그것도 제멋대로 귓..

(precipice;__) 2012.04.13

그 낮에 '나'를 묻던 당신이

스무살 무렵이었다. 두 살 터울의 친오빠는 내가 열 여덟 살이던 때부터 스무살이 되어 지방 대학 기숙사로 내려갔다. 오누이와 단 둘이 비벼가며 살았던 삶의 공간이 어느 순간 반절의 부피로 여유를 남기자, 짐짓 당황했다. 그 나잇대 여고생답게 스스로 씹는 고독을 나름 즐겁게 맛보고 있었다 생각했지만 현실이 내게 그것을 던져주고 나니, 진짜가 되어 살아났다. 나는 당황했고 여러 날을 울며 지냈다. 끄집어 내 말할 수 없는 황량함을 고스란히 안고, 매일밤 아크릴물감 같은 천장을 째려보다 잠이 들곤 했다. 아르바이트와 대학생활을 함께 충당해나가던 시절. 스무살의 패기답게 학업보다는 통장계좌에 찍힐 '0' 하나를 더 위해 닥치는대로 아르바이트를 나갔다. 시험기간에조차 스케쥴을 빼지 못해 이틀은 학교 도서관에서 밤..

(precipice;__) 2012.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