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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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반려되는 삶이라는 생각

이것저것 짜깁기하여 그럴싸하게 기워놓을 수 있을만큼으로 다분히 여러 일들이 있던 오늘까지의 유월이었다. 오랜만인 사람을 만나기도 했고, 가까운 친척언니의 결혼식이 있기도 했고,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주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았냐며 되려 설득하기 바빴던 이기적인 나를 또 한 번 지켜봐야했고, 업무로 수차례 바쁘기도 했고, 강촌으로 놀러가 라이더의 열정을 불태우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어떻게 지냈어?' 라는 물음이 기습적으로 쳐들어와도 "어, 나름 바쁘게 지냈어." 라고 할 수 있는만큼. 뭐, 딱 그만큼. 벌이가 크지않으니 씀씀이 역시 클 수 없다. 버는만큼 쓰고, 쓰는만큼 벌어지는 삶인거다. 아주 오래전부터 하향조정된 신용카드의 짧아진 숫자들을 보며 이게 지금 어떤 삶인가 하는 울화가 불쑥 치밀..

(precipice;__) 2013.06.14

Before Midnight 비포미드나잇, 2013

비포선라이즈->비포선셋->비포미드나잇 하루 안에 세편의 영화를 연달아 봤다. 두 편은 빗소리를 들으며 진하게 내린 커피 두 잔과 함께 집에서였고, 비포미드나잇은 커피를 다 마신 후 시간 맞춰 극장을 찾아가 보았다. 이날도 어김없이 영화를 다 본 후 상영관에 우산을 두고 나와 관리아저씨께서 손수 찾아다주셨지. 하하하하 비포선셋의 첫장면에서도 놀랐었는데, 비포미드나잇의 첫장면에서는 더 놀랐다. 아 에단호크...아들과 공항을 걷고 있는 제시를 보았을 때의 그 탄식이란. 정말 음을 그대로 안고 '아..' 라는 소리가 불현듯 삐져나와버렸다. 뱃살 왜 때문인거죠 흑흑흑 그래 영화 세 편이 더해진 세월 아니던가. 자그만치 18년의 세월이 흐른거다. 나의 마흔 역시 저러하지 않을 보장과 확신이 어디있겠나. 나의 살그러..

(precipice;__)/see 2013.06.11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3

원작인 다음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먼저 본 사람이다 나는. 극장에 가기 전 한 번 더 보고 갔다 무려. 영화는 불친절하다. 나는 웹툰을 두 번 보고 온 사람이니까, 이 장면의 의도와 이어질 씬에 대한 짐작과 이해가 손쉽다. 그런 내게도 영화 안에서의 개연성은 엉성하다. 50화가 넘게 연재되었던 대서사의 이야기를 120분 러닝타임 안으로 축소해야 했으니 과감한 편집은 별 수 없는 것이라 하겠지만 그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영화의 흐름은 불친절하다. 어째서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아, 관객들이 이 부분에서 이렇게 넘어가면 조금 의아해할텐데' 하는 걱정을 해야 하나. 왜 내가. 최단기간 3백만 관객 돌파. 흥행할 수 있는 코드와 요소는 영화안에 있다. 분명히. 어리고 젊은 여성들이 볼을 붉히며 좋아할 B..

(precipice;__)/see 2013.06.10

Before Sunset 비포선셋, 2004

없이, 만 있었다고 해도 그 자체로 아름다웠을 영화다. 비포선라이즈와 비포선셋, 더해서 비포미드나잇까지 하루 중 가용될 시간의 범위 중 절반을 영화 보는 데에 썼다. 비가 왔던 날이었다. 창밖으로 빗소리가 끊임없이 튀어올랐다. 창밖 알 수 없는 타인이 문틈새로 만약 나를 보았다면 그 순간 난 어떤 장면처럼 보여졌을까. 비포선라이즈를 본 후, 바로 이어 비포선셋을 보면 첫장면에서 조금 놀라게 된다. 9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에단호크의 엷지만 잦은 주름들에 맺혀 시선이 푹하고 그곳에 가 머물게 된다. 하물며 강산이 변한다는 십년이라는 시간에서 딱 1년 빠지는 시간일 뿐인데, 스크린 속 배우라고 해서 그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겠지. 영화는 시종일관 그와 그녀의 말소리로 채워진다. 그 수다스러움이 살가..

(precipice;__)/see 2013.06.10

6월 6일과 7일 @강촌 (펜탁스.ver)

펜션에 있던 우리 맘대로 이름은 '순돌이' 아직 강아지였다. 사진으로는 꾀죄죄함이 다 표현되지 않았는데 전체적으로 되게 더러웠다. 목욕만 깨끗이 시켜주면 뽀얀하니 더 사랑스러울 것 같았는데 아쉽게도 주인아주머니는 여름내로 털을 밀어주지도, 목욕을 시켜줄 생각도 없으신 듯 했다. 아무튼 사람을 무척 따르고 헥헥 꼬리를 마냥 살랑대던 순돌이. 영 스피드를 내지 못하던 레일바이크 남1, 남2 그리고 뭐랄까 계속 우리 눈치를 보는 것 같았던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그들은 둘이었고 우리는 여섯이었기에 말을 쉽게 붙일 수 없었던 거라던 큰언니의 말(ㅋㅋㅋㅋㅋㅋ) 나는 재차 "이렇게 여자들이 착각에 빠지는거라구요!" 라고 초를 쳤고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부채로 머리통 맞음. 난 내가 보는 풍경을 찍고싶었을 뿐이야. ..

Before Sunrise 비포선라이즈, 1995

사랑을 꾸밈하는 것이 어쩌면 거창한 행위에 지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단연 겁쟁이들의 사랑은 어려운 것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용기라는 말이 직선으로 날아와 들었다. 상대 여자의 미래를 운운하며 심지어 네가 맞이할 부부 권태기에서의 자신의 쓰임이 어떨는지에 대해 찡긋찡긋 말을 꾸며낼 때의 그 뻔뻔함이 귀여웠다. 용기였다. 그것은 꾸밈없이. 운명과 인연을 입에 올리기 앞서, 우리가 진실로 용기내어 본 순간이 언제였던 지, 생각이 들었다. 덧, 비포선라이즈에서의 줄리델피는 어마어마하게 사랑스럽다. 러블리 그 자체.

(precipice;__)/see 2013.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