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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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_환생(還生)

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갈망을 이제는 이해한다.지금은 하루 적어도 두 잔씩 챙겨마시는 커피를, 그때는 왜 그렇게 커피숍에 가는 것을 쑥스러워했었던 지. 어깨에 카메라 걸치고 쫄래쫄래 나란한 나무숲 사이 걷는 것을 애정하면서, 그때는 어쩜 그리 도심의 한적한 갓길만을 걸어댔던 지. 요리를 3년 내내 배워놓고, 묵직한 밥상 한 번 차려주지 않았던 지. 그 와중 대령하다시피 내 앞에 놓이던 수많은 마음들은 어찌 그리 태연하고 당연하게 받아냈던 지. 대학 과 건물 앞 벤치에서 친구들과 나누어 먹던 도시락을 감싸고 있던 수줍음을 기억한다. 내가 잘 먹기를, 공강이 여의치 않아 끼니를 거를까 늘 챙겨주고 싶은 마음만 가지고 자주 해주지 못해 되려 미안하다며 내 손에 그것을 들려주던 그 진하고 단 마음을. 도시락..

seek; let 2013.04.21

전설의 주먹, 2012

여느 때였다면, 벌써 새로운 달이 성큼 왔다느니 시간이 참 빠르다느니 하는 팔자좋은 소리들을 붕붕 띄웠을텐데 나름 직장생활 1년차가 되니 한 분기 마감이라는 말이 입에서 자연스레 나오더라. 찌글찌글한 꼰대같이 제 스스로 느껴져 몸을 베베 꼬면서도 별 수 없이 '매출'과 '목표' 따위 등의 단어 쓰임이 어색하지 않은 것을 어찌할 수가 없는거지. 이 날도 그랬다. 차주에 있을 목표성과회의용 분기 결산 자료를 만들어야 했고, 금요일 입점 예정인 신규 거래처에 납품하기로 한 사은품 4,000ea를 우리팀이 손수 포장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해버려 하루종일 정신없이 바쁘던 날이었다. 갑자기 띄워진 네이트온 대화창. 발신인은 쏘였다. 당장 확인하지 못하고 깜빡대는 그것을 작업표시줄 아래에 그대로 둔채 업무를 ..

⌳ precipice,/see 2013.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