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281

관상, 2013

연휴가 긴데 그닥 할 것이 없고, 임여사는 아부지 차를 타고 철원으로 올라가기도 해 선뜻 넓어진 거실 바닥을 두툼이와 두마리 잉여되어 뒹굴거리다 별 생각없이 툭 던졌다. '심야 영화나 보고 올까?' 걸어서 20분 거리에 극장이 있어 종종 두툼이와 심야를 보곤 하는데 오늘이 그렇게 시간을 쓰기엔 딱 좋을 것 같아 시간을 살폈다. 나와 두툼이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12시까지의 영화는 목 나가는 자리 외엔 모두 매진이라 느긋하게 25시 영화를 보기로 하고 베짱이 차림새로 집을 나섰다. 두툼이 생일이라고 콤보 쿠폰을 주어 뜻하지 않게 팝콘과 콜라까지 챙겨 들었다. 알고보는 내용은 몇가지 없었다. 러닝타임이 2시간 반 가량이라는 것과(영화를 다 보고 집에 오면 새벽 4시였다.) 조정석과 송강호가 초반 정말 그지같다..

(precipice;__)/see 2013.09.20

우리 선희, 2013

여름이 점차 그 기세를 꺾어갈 때 쯤부터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다니고 있는 이 회사에 대한 정(情)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긴 하나, '일' 자체에 대한 회의에 사로잡혔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쯤부터 '일'이란 것이 몹시 하기 싫어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뒤틀어대고 있다. 당장 사직서를 던져두고 뛰쳐나온다 한들 영화나 드라마의 한 컷처럼 간지 포텐이 펑-하고 터지는 것도 아니거니와, 아기새처럼 짹짹거리며 입을 벌리고 있는 각종 체납금들을 나몰라라 할 수가 없기에, 뒤틀리는 심산을 모른척 외면하고 그냥 그렇게 아침 6시 40분에 눈을 꿈뻑꿈뻑 뜨는 것이 전부인 이 지지부진한 날들의 연속을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이와중, 주제도 모르고 긁어버린 유흥비에 카드값이 휘청하여 생각지도 못한 ..

(precipice;__)/see 2013.09.20

10_아직도 궁금한 이야기

오랜만에 글을 쓴다.그만큼 당신 생각을 어쩌면 뒤란에 두었던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 나는 그만큼 상처에서 멀어졌던 걸까 더불어 생각해 본다. 그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사실이라면 아직도 밤이 이리 고통스러워서는 안 되는 걸 텐데. 그런 생각들을 한다. 끊임없이, 잇따라. 그리고 깨닫는다. 이미, 당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그날, 물어보고 싶었다.이야기 사이로 내 이름이 오가고 있던 그때에.당신과 함께했던 마지막 여행담을 늘이며 순식간에 그때 추억으로 빠져들고 그만큼 쓸쓸해하던 그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나누던 그 이야기들에서 나의 이름이 오가던 그때에, 물어보고 싶었다. 물었어야 하지 않았나 하고 그 밤이 지난 뒤부터 지금까지 한동안 아주 오래오래 후회한다.단 한 문장이었다.'그렇지..

seek; let 2013.09.06

간밤의 인터뷰

그랬을까 또는 그랬었을까 하하하 한 번 떠들썩하게 웃어버리고 지나갈 법한 그저그렇게 왁자지껄한 일들도 있었다. 낯선이와의 짧은 조우도 있었고 또 낯선이와의 조우도 있었지. 익숙한 이와의 긴 이야기들도 있었고 익숙하지만 편치만은 않은 이와의 적당한 거리도 있었지. 모두 쓸모없는 것과 것. 하찮은 것일 수도 있지 않겠냐며 가볍게 예스라고 퉁쳤지만 사실은 안다. 그렇게 가벼이 볼 수 있는 성질이 못되거니와 내게 그런 깜냥이 없다는 것도. 일주일 정도가 지난 지금, 며칠 전에는 분명 설렜던 기억이라며 변태처럼 종종 흐흐 웃었던 것들이 이젠 얼굴도 그 때 나누었던 말들도 하등 기억나질 않는다. 이렇게 얄팍한 사람이었나 싶지만 고민하기에 앞서 내가 그런 사람이었던 것도 같아 긴 질문의 허리를 중간 잘라버렸다.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