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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seek; let

06_환생(還生)

재이와 시옷 2013. 4. 21. 23:47

 

 

 

 

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갈망을 이제는 이해한다.
지금은 하루 적어도 두 잔씩 챙겨마시는 커피를, 그때는 왜 그렇게 커피숍에 가는 것을 쑥스러워했었던 지. 어깨에 카메라 걸치고 쫄래쫄래 나란한 나무숲 사이 걷는 것을 애정하면서, 그때는 어쩜 그리 도심의 한적한 갓길만을 걸어댔던 지. 요리를 3년 내내 배워놓고, 묵직한 밥상 한 번 차려주지 않았던 지. 그 와중 대령하다시피 내 앞에 놓이던 수많은 마음들은 어찌 그리 태연하고 당연하게 받아냈던 지. 대학 과 건물 앞 벤치에서 친구들과 나누어 먹던 도시락을 감싸고 있던 수줍음을 기억한다. 내가 잘 먹기를, 공강이 여의치 않아 끼니를 거를까 늘 챙겨주고 싶은 마음만 가지고 자주 해주지 못해 되려 미안하다며 내 손에 그것을 들려주던 그 진하고 단 마음을. 도시락을 감싸고 매듭진 알록달록한 천을 벗겨낼 때에 부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던 친구들의 시선과 자뭇 호기롭던 나의 손짓과 올라간 입꼬리를 기억한다. 

 

받은 것들이 수없어, 남은 어쩜 모를 평생을 마음으로 갚아가는 걸지도 모르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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