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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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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뛰는 소리가 듣고 싶어서 어떤 밤엔 몸을 안으로 잔뜩 말아보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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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겨울에 여전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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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척 한다.'는 속깊은 비아냥이 그저 고마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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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인 누구로부터 도착한 우유를 가지러 밖으로 나갔다. 조금 차가운 것을 한 손에 들고 다시 돌아오는데, 비가- 비가 떨어지고 있다. 손을 뻗어 소매를 부러 적시고 그 자리에 잠시 쪼그려 앉았다. 내가-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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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매번 서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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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도 안되는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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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하고 있는 엄마를 뒤에서 꼬옥 끌어 안았다.
작은 사람이 품에 가득 들어온다.
나의 죄를 설명할 수 없지만 마치 용서받은 것 같았다.
나의 유일한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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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믿지 않는 당신을 나는 사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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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이해는 어째서 한 몸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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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지 않을 메세지들을 여러차례 쓰고 지우다 보면 아침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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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도 취한 나도 모두 당신으로 귀결이니 이 삶은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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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결심한 절망에 이리도 우습게 휘청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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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롯한 눈물마저 이해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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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기 쉬운 이별도 있다고. 한 문장 안에 든 여러개의 아득한 단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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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아름다운 동화에서 한 페이지를 찢어냈는데도 이야기가 연결되는 느낌으로, 그렇게 살아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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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 나였으면 좋겠어. 너를 이루는 모든 게 다 나였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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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모든 이유들로 너를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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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읽지 말라고 부탁하던 책이 있었다. 뜬금없는 부탁이 의아했지만 알겠다고 대답했다. 몇년이 지나 그 책을 무심코 읽었다. 혼자가 되어 읽었다. 그 밤, 나는 많이 울었다. 나를 괴롭힐 문장임을, 이 밤을 이미 그려보았을 네 생각에, 더 울었다.
그 책은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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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여, 내게 모든 순간을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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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부리며 어리광으로 덫칠하고 안기고 싶은 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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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정말 사랑스러웠지. 사랑을 말하던 너는 참 곱고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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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별자리처럼 멍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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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지 않은 사람들이 꿈에 드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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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간에 있지만 내 곁에는 없는 당신.' 이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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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꿈에서 당신을 만난 날이면, 또렷하게 상영된 그 고운 얼굴이 너무 감사해서 나의 간절함을 칭찬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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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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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지도 못하는 정서적 결함 덩어리 주제에 무슨 배짱으로 마음을 할퀴며 살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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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는 여전히 이곳에서 너를 아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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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의 어색한 마음 두개가 허공에서 만난다. 다음 계절이 없는 듯 그렇게 만나 이야기를 빚는다. 틀려도 좋다는 철없는 믿음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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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없는 슬픔을 가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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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구겨지고 굴려지는 마음.
어떤 걸음일까 나는 또 어떻게 걸어야 할까.
뭉툭하게 내버려진 마음은 또 방법을 잃는다.
무너지겠지 쓰러지겠지 그리고 엉망진창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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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기하지마.' 라는 문장의 배다른 간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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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어오르는 열에 욱신거리는 몸의 모든 마디.
가눠지지않는 몸으로 눈물만 뚝뚝 떨궈내는데 와중 떠오르는 얼굴이 다름없이 당신이었어서 나는 그게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먼저 아팠어. 내가 나를 또 밀어넣는 걸 알아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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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낼 수 있는 문장들만을 골라 시선은 바닥에 꽂은 후에 말했다.
너는 비겁한 나의 말들은 뒤로 두고 자신의 눈을 바로 보라 말했다.
어떤 말이어도 상관없으니 눈을 보라 말했다.
눈을 맞추고 다시 느린 호흡으로 말을 이었다.
너는 고마워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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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모든 것'이 되는 순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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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라는 고백은 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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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기웃거려 대답을 들을 수 있다면, 긴 시간도 감내할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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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보태어 지는 것, 시간이 나의 것과 다른 속도로 지나가는 것,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나는 그저 다시 일월에 당신에게 인사하러 가서 세워진 적 없던 허름한 집처럼, 한 해의 내가 또 어떻게 무너질지 그것만이 두렵다. 그립고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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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에도 입에 대지 않던 달고 단 케잌을 굳이 찾아 사 먹었다.
몇입 먹고 포크를 내려놓으며 이 얼마나 미련한가 도리도리 혼자 웃었다.
다시 슬픔으로 부어 오르는 마음을 오늘도 쉽게 잠재우지 못한다.
괴로움에 무뎌지는 방법을 수년째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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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인 척 하는게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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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감추는 것이 가장 곤혹스럽다.
내보이며 자랑할 수 없고 마냥 묻어두기엔 한구석이 애달프게 타들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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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공간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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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눈이 오는 날엔 우산을 쓰는게 아니라 말했었다.
머리칼이며 옷이 차츰 젖어가 한기를 느낄 즈음엔 그말이 그저 우습게만 들렸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고 알았다.
내리는 눈 아래 양팔로 나를 가득 안고 싶어서 어떤 팔도 우산에게 양보할 수 없었던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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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제곱'이라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사랑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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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것들만 사랑이 되는 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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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해도 돼.' 라는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공기 중에 떨어지는 것을 냉큼 주웠다.
그럼에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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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트고 입술이 트고 미간이 트고 어느 날엔 여기저기 그러다 마음도 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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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었던 이를 맞은편에 앉혀두고 고개를 괴어 의미없이 바라보고만 싶다.
따뜻하고 안온한 공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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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에 언제고 네가 걸쳐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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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에 산 의자에 대한 미안함으로, 아직 완전한 자리를 찾지 못한 너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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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하는 듯 보이지만 나는 정말 쉼없이 하고 있다.
쉼없이 매일의 나를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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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울 진심이 없다.' 라는 일년 전 내가 쓴 말에 마음과 눈이 묶여 한참을 그리고 여러번 소리내 읽었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제자리인걸까. 평생의 의문과 이밤의 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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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아프게 손깍지를 세게 껴오며 "가자, 같이." 라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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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고도 못했어. 그것마저 미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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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루해 보이는 표현이지만 나는 '감정의 홍수'라는 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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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이 되어도 당신에게 축하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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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다는 건, 돌아올 때까지 보고싶어하는 시간이야. 상대도 나를 보고싶어 할 거라고 믿는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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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보고 마냥 누워있었을 뿐이었는데, 내 방을 지나 화장실에 가던 아버지가 열린 문 사이로 툭 말을 던졌다.
'마지못해 사는 사람처럼 왜이리 기운이 없어.' 며칠이 지난 말인데도 하루에도 여러번 얄궂고 또 짖궂게 덩어리져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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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미안하다는 말, 보고싶어 전화했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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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스케일링을 받으며 삶을 반성하는 목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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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물어온다.
좋음에 대해 숨김없이 말을 했을 때 왜, 어떻게, 어디가 좋은 것이냐 물어온다.
곤란하지 않다.
내게 언제고 애정과 사랑은 설명 가능한 것이기에. 이유없이 좋다 라는 문장은 내게 완성되지 않는다. 나의 좋음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다.
'함께 있을 때 온도가 2도 높아지는 것 같이 따뜻해. 그 온도와 따뜻함이 좋아.' 라고 말했다.
너는 수줍은 얼굴일랑은 뻥 차버리고 '알고 있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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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외엔 무엇으로도 설명 불가한 장면을 목격했을 때엔 어쩔 줄을 모르겠다. 사랑이잖아. 사랑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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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답없는 사랑을 우리는 얼만큼 견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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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주는게 이토록 쉬워서, 다음 생이 어떨지 나는 자신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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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갖지 않은 내가 기껍다가도 불쑥 불쑥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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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고마워.
‘난 가끔 고마워.’
그럼 나도 그냥 고마워만 할래.
‘바보같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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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운 이야기.
밤새 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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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이 얼마나 슬픈 단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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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면밀했던 두사람.
어느 기점 각자의 삶을 걷는다.
수번의 계절이 지나고 함께 추억을 묻은 자리들을 스치고 지나고 머무를 때,
우리 단 한 번 마주치지 않는 것을 보며 생각한다.
면밀했던 두사람, 사실 우리의 거리는 이만큼 멀고 먼 것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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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온지 열 두시간. 집에 가기 싫다.
혼자 있고 싶은데 또 혼자이긴 싫다.
멀쩡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취하기는 싫다.
눕고 싶은데 잠들기는 싫다.
내가 마음에 안드는데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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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매번 결심해야 하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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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랑으로 상처를 겹발랐지만, 자리만 옮겨지는 흉터처럼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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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났다.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게 됐었는지.
만취해 나를 모두 내려놓고 죽은듯이 잠에 들면,
꼭 당신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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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라는 생각.
예정들에 덤덤히 '취소'를 적어넣는 것.
다이어리가 조금 수선해지는 것.
이별은 그런 거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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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도 안 된 것 같은데 허무할만큼 쉽게 눈이 떠졌다.
잠에서 쫓겨난 것만 같다.
헛헛할만큼 가벼운 잠자리임에도 눈이 감기지 않는다. 감은 눈에 분주하게 상이 맺힌다.
생각이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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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그리고 밤의 조도까지 모두 기억이 난다. 뒤에서 내 어깨를 슬며시 톡 치며 건네던 물음, 함께 발을 떼며 하하 웃던 그 수더분함, 양발을 팔랑이며 정류장 벤치에 앉아 나눠먹던 도너츠의 맛까지.
그냥 당신과 그 시간들이 모두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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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듦새' 라는 단어는 참 예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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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이 오롯 닿기 위해선, 우리 둘 모두 욕심에서 눈이 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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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르륵 쏟아진다.
걸어놓고 잊은 빨래가 있는 것도 아닌데 바깥에 둔 어떤 마음들이 걸리고 채여 속이 상하고 또 상한다. 비가 와르르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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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미 빠져나가고 없지만 당신이 이미 들어왔던 여기에서 나는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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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허기진 것을 배가 고픈 것은 아니냐며 애먼 냉장고문을 열고 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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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오랜만에 나타난 당신이 하도 반가워서 꿈 속 당신에게 내 볼을 꼬집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당신이 웃으며 내 볼을 손으로 세게 꼬집었다.
하지만 어쩐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꿈 속에서 지금이 꿈인 것을 깨닫고 엉엉 울었다.
그런 나를 당신은 말없이 안아주었다.
힘껏 눈물을 흘리고 깨어났을 때에는 아침빛이 나의 몸 위로 내리고 있었다.
당신처럼 희고 마른 빛이었다.'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나의 이야기를 옮겨 놓은 듯한 문장에 오늘도 마음이 한 번 걸려 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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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귀신이다. 산 목숨으로서 이렇게 외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김경주 '드라이아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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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꼭지가 나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툭툭 던져지고 사방 긁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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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고 곁에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것 같다.
일상을 나름 잘 굴려가고 있다며 어깨와 등을 판판하게 펴 보았는데 뒤에서 톡톡 치며 '나야, 너의 절망' 하며 인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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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드네. 힘이 들어' 라며 주섬주섬 펼쳐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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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늠하고 진단해서. 마음 속 호수 아니, 늪을 본인의 것으로 재단해서. 안전하다며 팔을 쑤욱 집어 넣었는데 그 안에 더 큰 공허가 있었어서. 어깨가 잠기고 얼굴이 묻히고 아등바등 몸을 빼내고 난 뒤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죽을 뻔 했다고 욕이나 한마디 뱉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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