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전체 글 280

고령화 가족, 2013

소설이라는 원작이 영화라는 다분히 다른 매체로 연출되어야 할 때엔 작은 부분을 포함해 큰 갈래들 또한 각색되어 지기 마련이다. 그 낯설음이 친숙하게 원작과 오버랩되지 못하면 관객들은 당연한 수순을 밟듯 단물이 떨어진 껌을 폐기하듯이 그렇게 영화와 멀어진다. 대개의 원작을 갖고있는 영화들이 실패하는 요인 중 가장 큰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나역시 영화 을 보기 전 천명관의 소설, 고령화 가족을 읽은 우선적인 독자였다. 책을 처음 읽었던 해에서 오늘이 되기까지 시간의 여백이 있던 터라, 극장을 찾기 전 소설을 한 번 더 읽고갈까도 싶었다. 그렇게 할까 하는 마음이 30,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아예 새로운 어떤 영화를 보는 시선이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70. 그러해서 퇴근 후 가까운 극장과 빠른 상영시..

⌳ precipice,/see 2013.05.19

레옹, 1994

영화 의 재개봉 소식을 3월부터 들었다. 재개봉 일자는 4월 11일. 절친한 친구의 생일이었던 터라 쉽게 기억하고 쉽게 상기할 수 있었다. 그랬던 반면, 11일에서 한참 멀어진 후에야 아, 맞아 레옹! 하며 생각이 번뜩 올랐다. 혹시나 그 며칠을 간격으로 상영관에서 밀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찾아갈 수 있는 극장과 시간표를 찾았다. 다행히도 종로 부근에 있는 서울국장에서 레옹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만나는 레옹은 아니었다. 스틸로는 수차례, 진득한 플레이로는 두 번. 이미 여러날에 걸쳐 익숙한 주변 사람을 만나듯 그렇게 보아왔다. 하지만 상영관의 큰 스크린 가득 채워진 마틸다와 레옹의 그 눈을 본 적이 없구나 하는 아쉬움이 뒤늦었지만 어떻게든 극장을 다시 찾게 만든거다. 보고싶었다. ..

⌳ precipice,/see 2013.05.19

someone, nobody

A someone always loves you, even when nobody else does. 아득하게 멀리 그 이전에 처음 들었던 언어처럼 뭉클하게 다가와서. "네 옆에 있을게." 손톱달이 자리한 밤이다. 금빛이다. 오늘의 달이 예쁘다고 일러줄 수 있는 그 간격에 대한 애정과 정도가 필요했던 건 아닐까, 운을 떼며 생각이 스쳤다. 언젠가는 이라는 속절없을 앞날의 시제와 나만큼은 이라는 제한의 범주까지. 아이러니가 솟구치며 뿜어지는 밤이다. 밤일지도 모른다. 왜 우리들은 같은 꿈을 꾸는걸까.

⌳ precipice, 2013.05.15

맞이하야

맞이하야, 라는 표현은 옛말의 흔적이 남은 것으로 맞이하여,로 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라는 네이버 어떤 지식인의 말기둥을 자르고 쓰고싶은대로 적어본다. 어떤 마음을 담았다고 보기엔 맞이하여, 보다 맞이하야,가 더 바람직하게 느껴지므로. - 환하게 명멸하는 어떤 사진을 업로딩하고 싶었으나, 핸드폰의 앨범과 카메라의 외부메모리를 뒤적거려보아도 쓸모있음직한 사진이 도통 없어 온전히 텍스트로 이 장을 꾸민다. 핸드폰은 간헐적인 음성통화와 알람, 별 볼 일 없는 트위터리안의 소통도구 정도로 재정의된지 오래이니. - 이렇게 근무시간 중 블로그에 글을 깨작거릴 수 있음은, 오늘 팀 인원 모두가 외근과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농땡이를 잔뜩 피우고 싶었으나 틀어질 수 없는 일련의 매뉴얼이 있음으로 오늘도..

⌳ precipice, 2013.05.10

07_부탁

슬픔과 고통에 잠겨있는 나의 부모를 곁에서 방관할 수밖에 없을 때의 그 무력감을 천천히 그러나 깊게 인정해야 할 때의 그 심정을. 경험해 본 적 없던 무력감이었다. 나의 부모를 잃었던 적이 없으니 앞으로도 경험하고 싶지 않은 그런 간절한 무력감이다.  회사 자리에 앉아 익숙한 순서로 업무를 보던 때에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하는 때에 방해되는 것은 아니냐며 오후엔 전화를 하지 않는 분인데 그렇게 전화가 왔다. 불안한 기색 하나 없이 전화를 받았다. '네, 어머니' 하며 말을 떼었을 뿐이었는데 수화기 건너편 엉엉하는 슬픔의 단조가 들려왔다. 나의 어머니가, 당신의 어머니의 부고를 내게 말하고 있었다. 팀장님께 말을 전하고 급히 집으로 갔다. 집에 들어선 내 귀에 박히는 어린아이 같은 울음소리. 엄마 엄..

seek; let 2013.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