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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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칠월의 제주 0710 # 1

바빴던 것 아니구요. 술에 잠겨있던 것 아니구요(그렇다고 아예 안 마신건 아니지만) 제주도 여행 준비 설렁설렁 하면서 비가 오면 어쩌나 떠나는 날까지 마음 졸이면서 그렇게 지내고 있었어요. 서울국제도서전에도 다녀왔었고, 가서 담아온 책들을 읽기도 하면서 오빠가 2013년이 되며 사준 스타벅스 다이어리의 가죽(아마 가짜겠지) 가장자리들이 까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하기도 하고. 없는 살림에 쇼핑하겠다며 악을 쓰다 통장잔고를 다 털리기도 했구요 통금과 외박 문제로 가족 회외를 하다가 아부지를 분노케 해 현재 콩가루 집안st가 되기도 했어요. 아무튼 잘, 있어요 조금 더 긴 이야기는 천천히 하도록 할게요.

09_감당해야하는 그 밤들에 대해

알아채지 못했던 몇 번의 사인과 몇 번의 밤들이 지나가고 남은 자리.한 번 더 뒤를 돌아봤어야 했다. 어긋나는 뼈마디들로 비명이 으드득 비집고 나와 터져도 한 번쯤 다시 뒤를 돌아봤어야 했다. 쉬운 눈초리로 외면했던 그 간절한 사인들이 이제는 내게 화살이 되어 돌아오는 것. 그때 그것들을 알아보았더라면, 오늘이 오기까지 혼자 감당하는 나의 이 밤도 없었을 텐데. 없었을지 모르는데.결국엔 이렇게 인과의 설정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맥주 여러 병을 비우고 침대에 모로 누웠다. 두 손을 포개 가슴 위에 올리고 천장을 바라보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뱉지 않고 꾹 시간을 보냈다. 수 초뿐이 지나지 않았는데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물 속도 아닌 정돈되지 않은 내 방일 뿐이었는데도 호흡할 산소의 부재를 견딜 수..

seek; let 2013.06.27

08_지난 일기

지난 일기를 본다. 2008년의 이야기다.0이 두 개 들어간 낯선 숫자를 보며 지금으로부터 뺄셈을 한다. 아, 꼬박 6년 전이구나 벌써 그렇게. 그래 맞아. 나의 스무 살에, 빛이 나던 스물두 살 당신을 만났었으니.  아침부터 즐거울 수 있던 날이었다.아르바이트 오픈을 도맡았던 날. 늦게 떠진 눈에 나를 질책하며 부랴부랴 택시에 올랐는데 그날 첫 운행을 나온 서른 살 초보 기사님과의 작은 해프닝으로 하루가 시작됐다. 택시비의 절반값도 내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되려 좋은 하루 보내라며 인사를 건네는 기사 아저씨의 살가움에 짐짓 기뻐했던 것 같다.오픈은 처음이었던 나였는데, 지문 묻은 유리문 너머 부스스 찔러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가이드라인 삼아 홀 대걸레질을 해나가는 게 퍽 즐거웠다. 점장님은 잘하..

seek; let 2013.06.15

결국 반려되는 삶이라는 생각

이것저것 짜깁기하여 그럴싸하게 기워놓을 수 있을만큼으로 다분히 여러 일들이 있던 오늘까지의 유월이었다. 오랜만인 사람을 만나기도 했고, 가까운 친척언니의 결혼식이 있기도 했고,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주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았냐며 되려 설득하기 바빴던 이기적인 나를 또 한 번 지켜봐야했고, 업무로 수차례 바쁘기도 했고, 강촌으로 놀러가 라이더의 열정을 불태우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어떻게 지냈어?' 라는 물음이 기습적으로 쳐들어와도 "어, 나름 바쁘게 지냈어." 라고 할 수 있는만큼. 뭐, 딱 그만큼. 벌이가 크지않으니 씀씀이 역시 클 수 없다. 버는만큼 쓰고, 쓰는만큼 벌어지는 삶인거다. 아주 오래전부터 하향조정된 신용카드의 짧아진 숫자들을 보며 이게 지금 어떤 삶인가 하는 울화가 불쑥 치밀..

⌳ precipice, 2013.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