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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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빚었던 공간에서

엄마, 울집두툼이, 나는 각기 다른 이사 날짜를 기억하고 있지만 내멋대로 확정하자면, 2007년 8월 5일에 나는 인천 남구 관교동 언저리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5년이 지나 2012년 7월 29일에 그 자리를 떠났다.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더 이상 이 방에서 이불 휘어감고 잘 수 없겠구나 라고 생각하니 조금, 기분이 이상해지더라. 연약하고 값싼 이동식 가구부터 깨알같은 다이소표 천떼기까지 모두 내 손을 거쳐 다듬어져갔던 자리들이었다. 거실에도, 욕실에도, 옷방에도,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 방에도, 스리슬쩍 내가 묻어있었다. 한 밤에서 새벽 곁으로 타넘는 시간에 정서와 근육이 몰랑해져 주책맞게 카메라를 들고 내 방 이곳저곳을 기웃기웃. 안녕, 아낌없던 내 공간들 - 퇴근 후 집에 들어와 크게..

(precipice;__) 2012.07.31

2012 서울국제도서전, 더운 여름 부딪는 사람들

해가 뜨겁던 일요일이었다.미현이네 집에서 토요일, 취발이 생일파티를 보내고 잠을 자고 일어나 미현이 어머님이 차려주시는 아점상을 받아먹고 해가 높이 솟아 올라 복사열을 끓여내기 직전까지 수박을 우물거리며 해피투게더 재방을 보고 있었다그 날의 일정은, 오후 느즈막히 삼성역 코엑스로 가 '서울국제도서전' 관람을 하고 저녁에는 홍구와 뽈과 섭이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대로 갔으면 어쩔뻔 했을까 싶은 버스정류장까지 린내와 함께 걸어가 내일 월요일을 미리 화이팅 하자는 작별 인사와 함께 각자 다른 버스에 올라탔다 주안역으로 간 나는 한 시간을 더 달려 삼성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개의 이런 부스박람회기 열리기 전에는 소셜 등이나 공식 웹사이트에서 '사전등록제'를 실시한다. 박람회가 개최하기 전 미리 간략한 개인정보를..

관교동과 구월동 어귀 어느 한 점들

새벽의 구월동 내 뒷 모습. 장미가 꽤- 예쁘다. 이번주엔 로또를 사볼까나. 며칠 전만 해도 이 담장색이 아니었는데, 이 날 새로 칠을 하고 계시더라. 나는 이렇게 쨍한 파랑이 참 예쁘더라. 그런데 이 집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보신탕집이라는 게 함정. 흉터가 많은 내 다리. 내가 좋아하는 시계와 그제 만든 믹스끈팔찌. 엄마가 어디선가 받아온 오색찬란한 등산용 손수건. 이케아 선반을 사야한다. 책상이 범람하고 있다. 타워브릿지의 위엄. 내 방 책상 귀퉁이의 우리집 향수 zone. 랑방과 더페이스샵 샤워코롱 빼고 모두 울오빠 향수라는 게 함정. 냄새 덕후. 지난 번에 Y가 만들어 준 아파치. 6월호 페이펄. 텍스트들을 다시 눈에 담아야겠다. 너무 맹맹하게 살았다 싶지.

(precipice;__) 2012.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