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ordinary; scene 44

마음들의 포자

- 언제가 되어도 고통과 죽음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낱낱이 느껴간다. 쉬운 일이 하나 없어서 연일 나의 감정을 할퀴고 흔들어 놓는다. - 주기적인 자기환멸. 불안 앞에 도리질하며 이 밤, 또다시 걸려 넘어진다. - 짜증의 대상이 잘못됐다는 걸 분명 느끼는데도, 제멋대로 분출대는 모양새를 누그러뜨릴 수가 없다. 상처주게 될 거라며 벌써 미안함을 빚지는 것만 같다. - 술만 안마셔도 빠듯하지만 모자라지는 않을텐데, 그것마저 포기하고 양보하고나면 내 삶은 분명 척락해질 것이다. 꾀죄죄한 여유를 얻느니 반질반질한 궁핍을 택하련다. - '그 이상의 마음인거야.' 라는 대답 앞에 내색할 순 없었지만 힘껏 고꾸라질 수밖에 없었다. - '사랑하지 않고 스쳐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 ..

ordinary; scene 2020.12.19

얕은 말들과 마음들

- 어떤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심장 뛰는 소리가 듣고 싶어서 어떤 밤엔 몸을 안으로 잔뜩 말아보곤 해. - 나의 겨울에 여전한 당신. - '괜찮은 척 한다.'는 속깊은 비아냥이 그저 고마워서. - 열심인 누구로부터 도착한 우유를 가지러 밖으로 나갔다. 조금 차가운 것을 한 손에 들고 다시 돌아오는데, 비가- 비가 떨어지고 있다. 손을 뻗어 소매를 부러 적시고 그 자리에 잠시 쪼그려 앉았다. 내가-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사과는 매번 서툴다. - 어떻게 해도 안되는 게 있어. - 양치하고 있는 엄마를 뒤에서 꼬옥 끌어 안았다. 작은 사람이 품에 가득 들어온다. 나의 죄를 설명할 수 없지만 마치 용서받은 것 같았다. 나의 유일한 구원. - 사랑을 믿지 않..

ordinary; scene 202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