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히자면, 이것은 비용을 대신하는 글이라고. 잊었음에 대한 변명의 비용. 누군가는 별 일이 아니라고 아무렇지 않게 넘기기도 할 법한 그런 일인데, 나는 왜 내게 실망하고 속상한지 모를 일이야. 네 생일을, 여느 때처럼 몇 단락의 문자로 길게 축하하던 그 생일을 잊은 것이 나는 좀 의아하고 더불어 서운하네. 너도 아니고 내게 말이지. 겨를이 전혀 없을만큼 일이 바빴다면, 한겨울에 떨어져 우울함으로 정신 끝자락을 붙잡고 있었다면, 관계가 부질없어 손놓고 있었다면, 일 년에 한 번 정도 앓는 열병을 이번 참에 앓았다면, 아무튼, 변명으로 퉁- 쳐질 것들의 가운데에 있었다면 이리 속상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나는 그게 아니었어서 그래. 나는 별 일이 없었거든. 한여름을 벗어나 일하는 매장은 다시 바빠지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