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ordinary; scene 44

붙든 미련

어떻게든 놓치고 싶지 않아 혼자 붙들어 멘 미련의 마음이지 않았을까. 지키고 싶은 마음이었어서. 이 마음은, 이 마음과 기억을 함께 꾸린 너라는 사람은, 내가 노력한다면 작아지지 않고, 어디 가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그렇게 지킬 수 있는 존재로 여겨져서. 지키고 싶었다. 움켜 쥔 부실한 주먹 사이로 기억과 추억이 흘러내리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지킬 수 있다고 믿었던 게 아닌지. 그 안에 조금만 남겨져도, 아주 일부만 남더라도 그것이 전부인 양 오해할 수 있었다. 그런 결심이었다.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가길 바라는 것도 아님에도 그냥 갖고 있고 싶었다. 0만 되지 않는다면 100인 양 곡해해도 좋았으니까. 허락을 구하지 않은, 일방의 질주였다. 사실, 인정하기 싫었던 거겠지.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을 ..

ordinary; scene 2021.12.20

1차원이 되고 싶어

"나는 어릴 적부터 천장이 무서웠다." "왜?" "그냥 막막하잖아. 얼마나 많은 밤이 지나야 이 삶이 끝나게 될지, 자꾸만 아득해질 때면 천장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와서 나를 짓눌러버릴 것만 같았거든. 영원히 이 순간이 계속될 것만 같아서 숨도 못 쉴 듯한 공포감이 밀려와. 손가락도 발가락도 움직일 수 없고." "그럴 땐 너 스스로를 점이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점?" "응. 점과 점이 이어지면 선분이고, 선분 네 개가 만난 게 천장이잖아. 지금 네 눈앞에 있는 건 이 방에 있는 여섯 개의 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생각해버리는 거지." "잘 생각해 봐. 원래 너무 멀고 너무 큰 걸 생각하면 누구나 다 질리게 돼 있어. 나도 밤하늘을 보면 그래. 이 넓은 우주 속, 저 많은 별들 중의 하나인 우리가 얼..

ordinary; scene 2021.11.19

가장 따뜻한 존재로서

가장 따뜻한 존재로서. '어떻게'라는 물음을 늘 갖는 것 같다. 어떻게 저리 사랑을 온몸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어떻게 저리 사랑만을 줄까. 어떻게 너희는 그럴 수 있을까. 코미를 처음 만났던 때가 벌써 몇 년 전인지, 나는 사람이라 너희가 쌓아가는 나이를 우리 방식대로 계산하게 돼서 중년이라며 말로는 놀려도 언제나 애기 같기만 해. 사람 나이로 아홉은 정말 애기가 맞잖아. 초등학생이지만 단추 많은 옷은 스스로 꿰기 어려워하는 그런 나이잖아. 애기잖아. 예방적인 검진이 아닌 사실 확인을 위한 검사로 병원을 찾는 일이 많아지는 코미를 보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어쩌면 너무 조금 남은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이상해. 애긴데 아픈 곳이 생겼다는 것도, 몸이 조그마해서 아픈 부위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다..

ordinary; scene 2021.10.20

'사랑과 이해는 어째서 한 몸이 아니던가'

내 편이 되어주세요. 비합리적인 것을 기어코 해내고 마는 것. 수고스러움을 부러 피하지 않는 것. 사랑이 뭐라서, 사랑이 뭐라고, 영속적인 질문에 답을 찾지 않는 것. 사실, 애초에 완벽한 답이 없기 때문에 죽음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 동안 물음을 던지게 되는 것 같다. 사랑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인류의 수만큼 사랑이 있다면 그 수십억 개의 대답은 전부 다를 테니까. 그래서 이토록 불안한 걸까. 답이라는 것을 찾지도, 가까이 갈 수도 없는 것이니까, 저 먼 우주 한 곳의 은하처럼 거기에 있다 알고는 있지만 실재를 믿을 수는 없는 것 같이. 사랑이다. 사랑이야. 그것 말고는 가장 가까운 답이 없는데. 이건 사랑이잖아.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겠어. 답인 것 같다가도 실재를 믿을 수가 없다. 속상하다. 내 사랑..

ordinary; scene 2021.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