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14) 그렇게 그런 일들

온도가 간절했는지

재이와 시옷 2014. 11. 16. 18:43

 

 

/ 나의 오랜 친구. 연애 중인 그녀는 요즘 애정관계에서의 고민이 많은지 도통 마시지 않던 술을 마시고 있다. 뭐 나야 죽마고우와 그토록 좋아하는 술을 함께 마실 수 있으니 환영할 일이긴 하다만, 자고로 술은 기쁜 일로 마셔야 더 맛있는 법인데 녀석의 최근 음주 목적은 '으잌 빡 쳐. 증말.' 분노의 해소이기 때문에 함께 잔을 부딪히면서도 마음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언제나 나의 소중한 이들의 안녕과 행복을 바라는 나와 우리들이기 때문에, 깊게 들어주고 크게 공감하며 꾸짖어야 하는 일은 굳이 덮지 않는다. 모쪼록 잘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허나 멀지 않은 곳에 있어준다. 
애인이 있음에도 왜 너는 나와 평화와 치유의 상징 러버덕을 보러 가는가. 11월 14일 이후 석촌호수에서 철수했다고 하니 이제는 정말 사진만 남았구나. 월요일 저녁 혜자 퇴근 후 찾았던지라 어둡고 심지어 추웠는데 호수 위의 러버덕의 위용은 뭐랄까, 조금 우습고 희번득한 것이었다. 사진도 저거 봐, 막 우리 뒤에서 '지켜보고 있쪄' 하는 느낌이라고.

 

 

 

 

/ 꾸준히 찾아 읽는 매거진이 두 권 있다. 11월이 되고 서점을 찾았다. 잡지 코너에서 두 권을 찾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 바로 오른편 책이 놓여있었다. 책의 실물을 처음 집어 들어 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작고 얇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기억하고자 하는 이 간절한 마음들마저 어떤 이들에겐 작고 얇아보이는 게 아닐까 하고. 두 권의 잡지와 함께 계산을 했다. 좋아하는 카페에 가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첫 장을 열었다. 
책에 실린 모든 짧은 글들에는 공통 된 문장이 있었다. '전원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음이 여러번 걸려 넘어졌다. 황정은의 짧은 글 중 몇 단락을 곧 이 공간에 옮겨 놓겠다. 

 

 

 

 

/ 테일러커피의 블루지. 으아 정말 맛있다. 추워서 아이스라떼가 망설여지던 차에 이것과 선수교체했다.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데 혀에 감길만큼만 달면서 진하다.  

 

 

 

 

/ 초저녁. 하늘에 걸린 달이 의아할만큼 예쁘던 날이었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곳곳에서 '오늘 달 예뻐' 라며 자신들의 장소를 귀엽게 자랑하는 것으로 타임라인과 피드가 채워졌다. 나도 이에 질세라 강남 길 복판에 멈춰 서 하늘을 찍었다. 손톱달 이라는 단어는 또 어찌나 귀여운지. 달이 예쁜 밤엔 누구에게든 전화를 걸어 말해주고 싶다. '지금 하늘 좀 봐 봐. 달이 정말 예뻐.' 말해주고 싶다. 알려주고 싶다. 누구에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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