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가장 높은 시간 여전히 30도가 넘는데 달을 보여주는 숫자가 8에서 9가 되었다는 그 실감으로 소매가 짧은 면티와 바지들을 정리하려 태를 잡는다. 어서 겨울에 닿고 싶어서, 흰 입김을 보고 싶어서, 당신에게 더 붙고 싶어서.
대부분을 끄집어 내 바닥에 내려두고,
다시 접고 걸어서 행을 맞추고,
걸쳐 보고 둘러보고 발을 넣다 말고 한 발치에 던져두고,
지난 계절에 분명 아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버려야 할지 애매해져 버린 것들과 눈싸움을 잠시 했다가 결국엔 이기고 결국엔 지고,
내 몸 구겨놓은 것 같은 부피의 봉투 한 봉이 만들어지면 그래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하자,
부유하는 먼지들을 줄줄 흐르는 콧물로 가늠하면서,
그렇게 한 계절을 접는다.
어떤 때엔, 때일러서
어떤 때엔, 지난번을 참고했다가 때늦어서
수십 번의 계절을 수백 번의 절기를 지나면서도 도통 딩동댕에 닿지 못하지.
옷을 정리하며 계절을 접고 시간을 개는데 손가락을 접어가며 슬픔을 센다.
가을을 통과해 겨울에 닿고 그 중앙에 놓이는 날, 모자란 손가락에 이젠 셈을 어떻게 해야 할까 피식 웃음이 샌다. 나는 언제고 손가락이든 발가락이든 다 갖다 붙여 가며 그 더해질 일월들을 꼽게 될 것 같으니까. 여기에도 있는 당신이 저기라고 없을까. 그곳마저 있는 당신이 저 외딴곳에라고 없을까. 나는 언제까지 당신을 이렇게 꼭꼭 씹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