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 기차여행을 하며 잠시 들렀었던 몇 해 전의 경주. 기차 시간이 빠듯하여 남들 다하는 자전거 빌려타기도 못해보고 삼천원 짜리 우산 꼭지 하나에 의지해서 역 근처를 뽈뽈거렸던 기억. 밥 한끼 먹지 못했고 첨성대 지척으로 가지 못해 먼 발치에서 사진만 몇 장 담았던 것이 고작이었다. 밤의 안압지를 보는 호사는 당치 않고 그곳으로 가는 연꽃길이나 조금 걸었던 게 전부. 그리고 올해 겨울, 약 열흘 가량을 눈이 덮인 경주에서 보냈었다. 무척이나 평화로웠지만 쉬이 밖을 다닐 수 없던 환경에 별장 밖으로 나와 산길을 돌며 콧바람을 들이키는 것에 감사했던 겨울. 그리고 다시 계절이 두 번 바뀌어 여름, 경주를 찾았다. 내가 도착한 것은 11일 월요일. 그 전 주에는 내내 비가 쏟아졌었다고. 의아해하는 것이 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