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글이든 쓰고 싶어 가라앉는 눈꺼풀을 고사하고 컴퓨터 전원을 부릉부릉 키웠는데 글쎄, 두 단락 넘어가는 글도 막상 써내지 못하겠지 라는 단념에 오래도록 키보드 위에 손이 머문다. 별 일도, 놀라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오늘은 아니 그러니까 어제는 월급날이었고 '그래 결국 내 주제는 이 정도인거야.' 라는 자가체념을 종용하는 숫자들이 급여명세서에 열을 맞춰 서 있었다. 경례를 붙이는 듯 보였으나 그것은 예가 아닌 서명을 재촉하는 회계적 수치들에 불과했다. 애초 협상이란 것은 없었고 테이블 위엔 설득을 가장한 강압이 뚝뚝 날카롭게 갈린 우박처럼 떨어졌다. 나쁘지는 않았다. 좋을 것도 없었지만 이 정도의 깜냥과 적당한 성실함으로 주40시간 근무에 대한 보상은 나쁜 편은 아니었다. 학점과 맞바꾸며 개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