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precipice, 163

전설의 주먹, 2012

여느 때였다면, 벌써 새로운 달이 성큼 왔다느니 시간이 참 빠르다느니 하는 팔자좋은 소리들을 붕붕 띄웠을텐데 나름 직장생활 1년차가 되니 한 분기 마감이라는 말이 입에서 자연스레 나오더라. 찌글찌글한 꼰대같이 제 스스로 느껴져 몸을 베베 꼬면서도 별 수 없이 '매출'과 '목표' 따위 등의 단어 쓰임이 어색하지 않은 것을 어찌할 수가 없는거지. 이 날도 그랬다. 차주에 있을 목표성과회의용 분기 결산 자료를 만들어야 했고, 금요일 입점 예정인 신규 거래처에 납품하기로 한 사은품 4,000ea를 우리팀이 손수 포장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해버려 하루종일 정신없이 바쁘던 날이었다. 갑자기 띄워진 네이트온 대화창. 발신인은 쏘였다. 당장 확인하지 못하고 깜빡대는 그것을 작업표시줄 아래에 그대로 둔채 업무를 ..

⌳ precipice,/see 2013.04.07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샘이났던 것 같다. 편견을 그득 품고서 책을 두른 띠지를 빤히 쳐다보곤 했다. 글을 잘 써봐야 얼마나 잘 썼겠어. 불혹의 세월도 넘기지 않은 푸릇한 작가의 글솜씨가 화려해봐야 요란한 빈수레에 그치기밖에 더 하겠나. 하는 생각으로 김애란의 글들은 읽어오지 않았다. 글을 잘 쓰고싶다는 허영을 수신으로하는 욕심이 거세질수록 동시대를 살아가는, 더해 같은 성을 가진 작가들의 필력을 아마도 시샘해왔다. 노력없이 얻고자했던 빤한 재주의 열등감에 뒤덮여 진짜와 노력으로 쌓아진 성곽의 단단한 결을 매만져볼 새도 없이 그렇게 마냥 갖고팠었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었고 그리 되었으면 좋겠다고 무진하게 꿈꿨다. 그래서 더 보고싶지 않았다. 평생 버섯전골은 먹지 아니하겠다며 완강하게 식탁 위 올려진 메뉴를 거부해왔다...

⌳ precipice,/see 2013.04.01

지슬, 2012

퇴근 후 볼 영화의 시간을 확인하고, 퇴근 시간과 상영관까지 가는 거리를 가늠하여 중간의 틈을 어떻게 메울까 살풋 고민하던 때에 지잉- 문자가 울렸다. 카카오톡이 없는 난 몇몇 친구들의 불편의 토로를 들어줘야하는 감내를 치뤄내곤 하는데 그 불편을 제 스스로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냥 문자를 슥삭슥삭 전달해오는 몇몇 친구들의 배려를 기분좋게 느낄 수 있는 여유도 되려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문자의 발신인은 다름 아닌, 지난 주, 약속 당일에 약속을 펑크낸 친구 용히였다. 어라 요녀석보게? 당일 펑크의 이유는 바람이 너무 차다는 것이었다. 완연한 봄에게 밀려나기 싫은 겨울의 떼로 매섭게 바람이 불던 날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써글놈이 당일에 약속을 펑크내다니! 그것도 오랜만에 만나는 녀석 어떤 맛있는 것을 맥여 ..

⌳ precipice,/see 2013.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