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precipice, 163

2013 칠월의 제주 0710 # 1

바빴던 것 아니구요. 술에 잠겨있던 것 아니구요(그렇다고 아예 안 마신건 아니지만) 제주도 여행 준비 설렁설렁 하면서 비가 오면 어쩌나 떠나는 날까지 마음 졸이면서 그렇게 지내고 있었어요. 서울국제도서전에도 다녀왔었고, 가서 담아온 책들을 읽기도 하면서 오빠가 2013년이 되며 사준 스타벅스 다이어리의 가죽(아마 가짜겠지) 가장자리들이 까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하기도 하고. 없는 살림에 쇼핑하겠다며 악을 쓰다 통장잔고를 다 털리기도 했구요 통금과 외박 문제로 가족 회외를 하다가 아부지를 분노케 해 현재 콩가루 집안st가 되기도 했어요. 아무튼 잘, 있어요 조금 더 긴 이야기는 천천히 하도록 할게요.

결국 반려되는 삶이라는 생각

이것저것 짜깁기하여 그럴싸하게 기워놓을 수 있을만큼으로 다분히 여러 일들이 있던 오늘까지의 유월이었다. 오랜만인 사람을 만나기도 했고, 가까운 친척언니의 결혼식이 있기도 했고,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주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았냐며 되려 설득하기 바빴던 이기적인 나를 또 한 번 지켜봐야했고, 업무로 수차례 바쁘기도 했고, 강촌으로 놀러가 라이더의 열정을 불태우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어떻게 지냈어?' 라는 물음이 기습적으로 쳐들어와도 "어, 나름 바쁘게 지냈어." 라고 할 수 있는만큼. 뭐, 딱 그만큼. 벌이가 크지않으니 씀씀이 역시 클 수 없다. 버는만큼 쓰고, 쓰는만큼 벌어지는 삶인거다. 아주 오래전부터 하향조정된 신용카드의 짧아진 숫자들을 보며 이게 지금 어떤 삶인가 하는 울화가 불쑥 치밀..

⌳ precipice, 2013.06.14

Before Midnight 비포미드나잇, 2013

비포선라이즈->비포선셋->비포미드나잇 하루 안에 세편의 영화를 연달아 봤다. 두 편은 빗소리를 들으며 진하게 내린 커피 두 잔과 함께 집에서였고, 비포미드나잇은 커피를 다 마신 후 시간 맞춰 극장을 찾아가 보았다. 이날도 어김없이 영화를 다 본 후 상영관에 우산을 두고 나와 관리아저씨께서 손수 찾아다주셨지. 하하하하 비포선셋의 첫장면에서도 놀랐었는데, 비포미드나잇의 첫장면에서는 더 놀랐다. 아 에단호크...아들과 공항을 걷고 있는 제시를 보았을 때의 그 탄식이란. 정말 음을 그대로 안고 '아..' 라는 소리가 불현듯 삐져나와버렸다. 뱃살 왜 때문인거죠 흑흑흑 그래 영화 세 편이 더해진 세월 아니던가. 자그만치 18년의 세월이 흐른거다. 나의 마흔 역시 저러하지 않을 보장과 확신이 어디있겠나. 나의 살그러..

⌳ precipice,/see 2013.06.11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3

원작인 다음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먼저 본 사람이다 나는. 극장에 가기 전 한 번 더 보고 갔다 무려. 영화는 불친절하다. 나는 웹툰을 두 번 보고 온 사람이니까, 이 장면의 의도와 이어질 씬에 대한 짐작과 이해가 손쉽다. 그런 내게도 영화 안에서의 개연성은 엉성하다. 50화가 넘게 연재되었던 대서사의 이야기를 120분 러닝타임 안으로 축소해야 했으니 과감한 편집은 별 수 없는 것이라 하겠지만 그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영화의 흐름은 불친절하다. 어째서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아, 관객들이 이 부분에서 이렇게 넘어가면 조금 의아해할텐데' 하는 걱정을 해야 하나. 왜 내가. 최단기간 3백만 관객 돌파. 흥행할 수 있는 코드와 요소는 영화안에 있다. 분명히. 어리고 젊은 여성들이 볼을 붉히며 좋아할 B..

⌳ precipice,/see 2013.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