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precipice, 163

Before Sunset 비포선셋, 2004

없이, 만 있었다고 해도 그 자체로 아름다웠을 영화다. 비포선라이즈와 비포선셋, 더해서 비포미드나잇까지 하루 중 가용될 시간의 범위 중 절반을 영화 보는 데에 썼다. 비가 왔던 날이었다. 창밖으로 빗소리가 끊임없이 튀어올랐다. 창밖 알 수 없는 타인이 문틈새로 만약 나를 보았다면 그 순간 난 어떤 장면처럼 보여졌을까. 비포선라이즈를 본 후, 바로 이어 비포선셋을 보면 첫장면에서 조금 놀라게 된다. 9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에단호크의 엷지만 잦은 주름들에 맺혀 시선이 푹하고 그곳에 가 머물게 된다. 하물며 강산이 변한다는 십년이라는 시간에서 딱 1년 빠지는 시간일 뿐인데, 스크린 속 배우라고 해서 그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겠지. 영화는 시종일관 그와 그녀의 말소리로 채워진다. 그 수다스러움이 살가..

⌳ precipice,/see 2013.06.10

6월 6일과 7일 @강촌 (펜탁스.ver)

펜션에 있던 우리 맘대로 이름은 '순돌이' 아직 강아지였다. 사진으로는 꾀죄죄함이 다 표현되지 않았는데 전체적으로 되게 더러웠다. 목욕만 깨끗이 시켜주면 뽀얀하니 더 사랑스러울 것 같았는데 아쉽게도 주인아주머니는 여름내로 털을 밀어주지도, 목욕을 시켜줄 생각도 없으신 듯 했다. 아무튼 사람을 무척 따르고 헥헥 꼬리를 마냥 살랑대던 순돌이. 영 스피드를 내지 못하던 레일바이크 남1, 남2 그리고 뭐랄까 계속 우리 눈치를 보는 것 같았던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그들은 둘이었고 우리는 여섯이었기에 말을 쉽게 붙일 수 없었던 거라던 큰언니의 말(ㅋㅋㅋㅋㅋㅋ) 나는 재차 "이렇게 여자들이 착각에 빠지는거라구요!" 라고 초를 쳤고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부채로 머리통 맞음. 난 내가 보는 풍경을 찍고싶었을 뿐이야. ..

Before Sunrise 비포선라이즈, 1995

사랑을 꾸밈하는 것이 어쩌면 거창한 행위에 지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단연 겁쟁이들의 사랑은 어려운 것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용기라는 말이 직선으로 날아와 들었다. 상대 여자의 미래를 운운하며 심지어 네가 맞이할 부부 권태기에서의 자신의 쓰임이 어떨는지에 대해 찡긋찡긋 말을 꾸며낼 때의 그 뻔뻔함이 귀여웠다. 용기였다. 그것은 꾸밈없이. 운명과 인연을 입에 올리기 앞서, 우리가 진실로 용기내어 본 순간이 언제였던 지, 생각이 들었다. 덧, 비포선라이즈에서의 줄리델피는 어마어마하게 사랑스럽다. 러블리 그 자체.

⌳ precipice,/see 2013.06.04

비비드드림 좋아하네

세상엔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분명 존재하는 것처럼, 설명되어 지고도 그 명분을 알 수 없는 것들 또한 존재하는 것 같다. 그것이 말이 되었든, 감정이 되었든, 사건과 사실이 되었든간에. 요즘은 모든 것들이 세모다. 혹은 쩜오(0.5) 또 혹은 그냥 물음표. 더 가혹해지자면, 공란. 혼자일 수 있는 나의 집을 그토록 원했던건 사실인데, 골라내어지는 못난 쌀알처럼 이불 안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지는 것은 또 싫었다. 반전라의 상태로 거실에 펼쳐진 이불을 가로질러 가만 누워있다보면 인간이 갖는 궁극적인 외로움의 기원은 무엇일까 라는 개똥같은 고찰을 시작하게되곤 한다. 개똥같다 정말.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팠으면 좋겠다는 열망도 들었다. 진짜 아프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앞섰고 아플리가 있나 ..

⌳ precipice, 2013.05.22

고령화 가족, 2013

소설이라는 원작이 영화라는 다분히 다른 매체로 연출되어야 할 때엔 작은 부분을 포함해 큰 갈래들 또한 각색되어 지기 마련이다. 그 낯설음이 친숙하게 원작과 오버랩되지 못하면 관객들은 당연한 수순을 밟듯 단물이 떨어진 껌을 폐기하듯이 그렇게 영화와 멀어진다. 대개의 원작을 갖고있는 영화들이 실패하는 요인 중 가장 큰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나역시 영화 을 보기 전 천명관의 소설, 고령화 가족을 읽은 우선적인 독자였다. 책을 처음 읽었던 해에서 오늘이 되기까지 시간의 여백이 있던 터라, 극장을 찾기 전 소설을 한 번 더 읽고갈까도 싶었다. 그렇게 할까 하는 마음이 30,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아예 새로운 어떤 영화를 보는 시선이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70. 그러해서 퇴근 후 가까운 극장과 빠른 상영시..

⌳ precipice,/see 2013.05.19

레옹, 1994

영화 의 재개봉 소식을 3월부터 들었다. 재개봉 일자는 4월 11일. 절친한 친구의 생일이었던 터라 쉽게 기억하고 쉽게 상기할 수 있었다. 그랬던 반면, 11일에서 한참 멀어진 후에야 아, 맞아 레옹! 하며 생각이 번뜩 올랐다. 혹시나 그 며칠을 간격으로 상영관에서 밀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찾아갈 수 있는 극장과 시간표를 찾았다. 다행히도 종로 부근에 있는 서울국장에서 레옹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만나는 레옹은 아니었다. 스틸로는 수차례, 진득한 플레이로는 두 번. 이미 여러날에 걸쳐 익숙한 주변 사람을 만나듯 그렇게 보아왔다. 하지만 상영관의 큰 스크린 가득 채워진 마틸다와 레옹의 그 눈을 본 적이 없구나 하는 아쉬움이 뒤늦었지만 어떻게든 극장을 다시 찾게 만든거다. 보고싶었다. ..

⌳ precipice,/see 2013.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