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precipice, 163

관상, 2013

연휴가 긴데 그닥 할 것이 없고, 임여사는 아부지 차를 타고 철원으로 올라가기도 해 선뜻 넓어진 거실 바닥을 두툼이와 두마리 잉여되어 뒹굴거리다 별 생각없이 툭 던졌다. '심야 영화나 보고 올까?' 걸어서 20분 거리에 극장이 있어 종종 두툼이와 심야를 보곤 하는데 오늘이 그렇게 시간을 쓰기엔 딱 좋을 것 같아 시간을 살폈다. 나와 두툼이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12시까지의 영화는 목 나가는 자리 외엔 모두 매진이라 느긋하게 25시 영화를 보기로 하고 베짱이 차림새로 집을 나섰다. 두툼이 생일이라고 콤보 쿠폰을 주어 뜻하지 않게 팝콘과 콜라까지 챙겨 들었다. 알고보는 내용은 몇가지 없었다. 러닝타임이 2시간 반 가량이라는 것과(영화를 다 보고 집에 오면 새벽 4시였다.) 조정석과 송강호가 초반 정말 그지같다..

⌳ precipice,/see 2013.09.20

우리 선희, 2013

여름이 점차 그 기세를 꺾어갈 때 쯤부터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다니고 있는 이 회사에 대한 정(情)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긴 하나, '일' 자체에 대한 회의에 사로잡혔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쯤부터 '일'이란 것이 몹시 하기 싫어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뒤틀어대고 있다. 당장 사직서를 던져두고 뛰쳐나온다 한들 영화나 드라마의 한 컷처럼 간지 포텐이 펑-하고 터지는 것도 아니거니와, 아기새처럼 짹짹거리며 입을 벌리고 있는 각종 체납금들을 나몰라라 할 수가 없기에, 뒤틀리는 심산을 모른척 외면하고 그냥 그렇게 아침 6시 40분에 눈을 꿈뻑꿈뻑 뜨는 것이 전부인 이 지지부진한 날들의 연속을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이와중, 주제도 모르고 긁어버린 유흥비에 카드값이 휘청하여 생각지도 못한 ..

⌳ precipice,/see 2013.09.20

더 테러 라이브, 2013

수박이에게 롯데시네마 무료 관람권 한 장을 받았다. 주말 식사를 끝낸 후였고, '너는 혼자서도 영화 보러 잘 가니까' 라는 이유가 앞에 붙어 내밀어진 표였다. 고맙다고 인사를 건내며, 분명 가까운 시일내에 이 표가 쓰여질 것이라는 걸 알았다. 유효기간이 7월 31일 까지였다. 표를 건내받은 즈음이 그와 거의 비슷했던 것 같은데, 파우치에서 아무렇지 않게 꺼낸 표에 적힌 유효기간에 화들짝 놀라 급하게 예매를 하고 극장을 찾앗다. (나중에 다시 보니 유효기간은 2014년 7월 31일이었다. 핳핳핳핳하하하하) 8월 1일 개봉이었던 는 다행스럽게도 31일 우선 개봉을 한 상태였다. 퍼시픽림을 디지털로나마 한 번 더 보고 싶었지만, 그 시점엔 극장에서 모두 철수한 뒤였다. 한 발 늦었음을 통탄하기엔 왜 그 영화를..

⌳ precipice,/see 2013.08.04

Pacific Rim 퍼시픽림, 2013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분명히 짚고가자면, 나는 덕후가 아닙니다. 덕력이 충만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다만 로봇 영화가 좋을 뿐입니다. 어떤 격렬하고 화려한 액션이 가득한 영화를 종종 즐겨보는데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며 피가 튀기고 잔인해져 버리면 그건 또 비위가 약해 잘 보지 못한다. 그런데 로봇은 어떠한가, 화려한 액션은 분명하지만 그들이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것은 낭자한 핏빛이 아닌 번쩍번쩍 스파크 아니던가. 내가 로봇영화를 보는 이유는 단순하다. 멋있잖아. 개봉 전 예고영상을 TV에서 보았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다른 영화 의 예고영상도 함께 보여지고 있었다. TV를 보던 두툼이가 말했다. "야 감시자들 보러가자" 단호박돋게 대답했다. "아니, 난 퍼시픽림 볼거야 무조건." 아이맥스로 보고싶었..

⌳ precipice,/see 2013.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