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글감이 없다고 을씨년스럽게 비워두곤 하는 이 공간에 쓸 말이 생겼다고, 할 말이 있다고 찾아오게 된 것이 과연 괜찮은 일일까. 내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의 낯을 들여다보면 괜찮다고 쉽게 대답할 수는 없을 거다. 되려 불편한 감각이 돋아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나는 나의 짝사랑에 대해서 쓸 거니까. 나의 외사랑을 쓸 거니까. 부모에게 덜 사랑받는 자식이 쓰는 이야기니까. 처음 하는 짝사랑이다. 한 두 달 전일까 인터넷에서 그런 글귀를 봤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외사랑이 존재한다고.' 문장을 처음 봤을 때 바로 떠오르는 장면이란, 자식이 닫고 들어 간 방문을 쓸쓸하게 쳐다보는 부모의 처진 어깨와 뒷모습일 수 있겠지만 내가 읽고 느낀 장면은 두 주인공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부모의 뒷모습을 쳐다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