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저녁이었다. 이상하다고 하는 것이 이상한 저녁이었어. 퇴근 후 바로 집으로 갔다. 가방을 방에 내려놓고 코트 주머니에 든 것들을 화장대와 책장 등 그들의 자리에 올려놓은 뒤 옷은 갈아입지 않은 채 그대로 거실로 가 바닥에 옆구리를 붙이고 누웠다. 그 자세로 두 시간. 밤에 집으로 돌아온 임여사는 이불에 덮여진 나를 보지 못했는 지 컴퓨터를 하고 있던 두툼이에게 물었다. "딸은?" 아마도 두툼이는 턱으로 나를 가르키며 "저기" 라고 했을 거다. 뒤통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러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냥" 이라고 대답했다. 머리와 몸을 일으켜 멀그런히 앉았다. 그러다 일어섰다. 냉장고 앞에 서 지껄여지는대로 말했다. "기분이 슬퍼. 기분이 안 좋아." 너가 그런 말을 할때면 심장이 빠르게 뛴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