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무렵이었다. 두 살 터울의 친오빠는 내가 열 여덟 살이던 때부터 스무살이 되어 지방 대학 기숙사로 내려갔다. 오누이와 단 둘이 비벼가며 살았던 삶의 공간이 어느 순간 반절의 부피로 여유를 남기자, 짐짓 당황했다. 그 나잇대 여고생답게 스스로 씹는 고독을 나름 즐겁게 맛보고 있었다 생각했지만 현실이 내게 그것을 던져주고 나니, 진짜가 되어 살아났다. 나는 당황했고 여러 날을 울며 지냈다. 끄집어 내 말할 수 없는 황량함을 고스란히 안고, 매일밤 아크릴물감 같은 천장을 째려보다 잠이 들곤 했다. 아르바이트와 대학생활을 함께 충당해나가던 시절. 스무살의 패기답게 학업보다는 통장계좌에 찍힐 '0' 하나를 더 위해 닥치는대로 아르바이트를 나갔다. 시험기간에조차 스케쥴을 빼지 못해 이틀은 학교 도서관에서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