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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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낮에 '나'를 묻던 당신이

스무살 무렵이었다. 두 살 터울의 친오빠는 내가 열 여덟 살이던 때부터 스무살이 되어 지방 대학 기숙사로 내려갔다. 오누이와 단 둘이 비벼가며 살았던 삶의 공간이 어느 순간 반절의 부피로 여유를 남기자, 짐짓 당황했다. 그 나잇대 여고생답게 스스로 씹는 고독을 나름 즐겁게 맛보고 있었다 생각했지만 현실이 내게 그것을 던져주고 나니, 진짜가 되어 살아났다. 나는 당황했고 여러 날을 울며 지냈다. 끄집어 내 말할 수 없는 황량함을 고스란히 안고, 매일밤 아크릴물감 같은 천장을 째려보다 잠이 들곤 했다. 아르바이트와 대학생활을 함께 충당해나가던 시절. 스무살의 패기답게 학업보다는 통장계좌에 찍힐 '0' 하나를 더 위해 닥치는대로 아르바이트를 나갔다. 시험기간에조차 스케쥴을 빼지 못해 이틀은 학교 도서관에서 밤..

⌳ precipice, 2012.04.06

3월 1일부터 - 20일까지 본 영화들

3월에는 부쩍 극장을 찾은 횟수가 잦기도 했을 뿐더러, 여유의 틈이 주어지는대로 보려고 했던 지난 영화들을 작정하고 본 경우가 많았다. tv드라마보다는 단연 영화를 우선하고 영화보다는 책을 더 우선하는 편이어서 매달 극장 간판에 걸리는 상업영화들을 애써 좇으며 달려가지는 않는 편이다. 구태여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도 있거니와 자금사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내 기준에서 3월에는 유독 영화를 여러편 보았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문적인 영화 리뷰를 쓰려함이 아니라, 내가 본 것들을 기록하는 정도가 되겠다. 영화를 본 짧은 소감은 손으로 쓰는 다이어리에도 기록해 두었는데 그것들을 바탕으로 몇 자 옮겨적는 정도가 되겠다. - - - - - - - - - - -..

⌳ precipice,/see 2012.03.20

목요일 만남, '칼 라거펠트 사진전'

풍경과의 조우도 좋아하지만, 사진 전시회 같은 곳에 Y와 함께 가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가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새로이 담고 그것들에 대해 지금 본인이 느끼고 있는 것들을 나누며 다시 새로운 것들을 담는 그 과정과 시간들에 대해서 감사함을 갖을 수 있는 것이, 다시금 감사할 수 있어서. 복학을 한 그는 월요일과 목요일 공강이라는 널널한 놈팽이 시간표를 갖게 되었는데,(국가근로장학생으로 선발되면 이마저도 물거품처럼 사라지겠지만 흑흑) 그의 목요일 공강에 맞춰 함께 가 볼 만한 전시회가 없을까 찾아보다 3월 18일이라는 유효일이 당장 도래하는 전시회를 알게되었다. 칼 라거펠트 사진전 @대림미술관 대림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게 되면 사진전 입장료 할인 쿠폰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원래 입장료는 5천..

오랜만에 헤집어 본 앨범 속 사진의 무지개를 찾았을 때처럼,

자의도 타의도 아닌 의문의 밀림으로 뒤켠에 물러나는 것들에 대한 회한이 종종 일 때가 있다. 어떻게 해답을 구할 수 없는 것들이다 보니 두 손 놓고, 마찬가지로 넋도 놓는 것이 다이지만 그런 때가 도래할 적마다 바닥으로 꺼지려는 자존의 터럭을 낑낑대며 부여잡는 것에 열중하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네 것이 내 것이 되고, 내 것이 다시 내 것이 되는 극도로 이기적인 순환이 계속되다보면 종국엔 무엇이 남을까. 진하게 요동치는 생리통에 새벽이 아닌 완연한 아침에 잠이 들었다. 9시쯤- 응 그쯤에 잠이 든 것 같다. 108배라도 올리는 냥 불편한 자세로 침대에 엎드려, 나름 청렴히 살아온 지난 청춘을 반성한다. 엉엉 제가 잘못했어요. 안 아프게 해주세요 엉엉. 다행히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걱정하지..

⌳ precipice, 2012.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