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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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le You Were Sleeping, 1995

그리고 아빠에게 물었다."언제 진정으로 엄마를 사랑하게 됐어요?" '루시, 엄마는 정말 특별한 선물을 주었단다. 세상을 주었거든.'She gave me the World. 당신이 잠든 사이에. 산드라블럭의 미소가 너무 예뻐 자주 넋을 잃고 보았다. 마지막 즈음 소박한 결혼식장에서 잭의 가족들에게 그간의 외로움과 싸우며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들과 함께 만들어간 행복에 대해 토로할 적엔 저밋저밋 눈물이 났다. 우스갯소리로라도 외롭다 라고 소리내 말해본 적 없다. 난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궁금했다. 그 전위를 알고서 사람들은 그렇게 온종일 외로움을 부르짖는걸까 의아했으니까. 돌이켜 볼 것도 없이 삶 자체가 흑백으로 이루어진 주제에 조금이라도 높은 채도와 명암에 예민하게 굴었던 듯 싶..

⌳ precipice,/see 2013.01.01

그렇게 생각하진 않으려고

네 자리 중 숫자 하나 바뀌는 것일 뿐인데, 월요일에서 다시 다음 화요일이 되는 것 뿐인데, 매일같이 출근을 하던 엄마가 모처럼 평일 어귀 집에 있는 것일 뿐인데,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고 득의양양하게 엣헴거려야 할 것만 같은 사위의 조장이라니. 음, 글쎄 딱히 생각나는 어떤 메세지가 없네. 뭐 아무렴 어때. (+) 이천하고 십삼년 일월의 일일, 저녁 여섯시 이십사분에 덧붙이는 말. 대강 슬로건을 찾았다. 올해의 나는 '나태하고 섹시한 사람이 될 거다.' 헤헤 이거 되게 어려운거다? 운동으로 가꿔 외형적인 섹시함은 갖출 수 있겠지만 자칫 나태해보일 수는 없다. 만사를 제쳐두고 방바닥과 혼연일체가 된다면 나태함으론 강하게 어필할 수 있겠지만 전혀 섹시해보일 순 없겠지. 그러니까 뭐 결론은, '적당히' 살겠다..

⌳ precipice, 2012.12.31

또 다시

다시 또 그래져버렸다. 다분히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또 긴 텍스트들을 읽는게 버거워졌다. 카메라 메모리카드는 새것으로 예쁘게 끼워넣었는데, 어깨에 그 무게를 싣고 바깥으로 향한 지가 언제인지 가늠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지난 계절이었던 것 같은데.일정으로 빽빽한 핸드폰의 달력을 바라보며 문득 '이게 다 뭔가.' 싶었다. 11월 말일깨 쯤부터 이틀에 한 번 꼴로 또는 며칠을 연달아 징그럽게 이어지는 이 약속들이 순간 경멸스러웠다. 허공에 날려진 단어들, 귀에도 마음에도 담기지 못할 뻘소리들, 붙여진 엉덩이가 데워져가는 것과는 반대로 점차 식어갔을 그 아쉬운 시간들. 숱한 술자리들에 찢어넣듯 던져버린 돈들이 이제서야 아까워진다. 그돈으로 오리털패딩을 사입었어도 아웃도어 브랜드 것으로 근사한 것을 장만..

⌳ precipice, 2012.12.30

과할寡

그저 그런 몇 번의 기록 1. 2,3분 내의 잦은 지각으로 인한 우리팀 내 특단의 조치. 1초가 되었든 10분이 되었든 지각비 5천원. 킬힐을 신고도 박지성 빙의되어 회사 근처 역에서부터 빌딩 로비까지 뛰어가는 집념의 여자, 걸어서 12분 거리 달려서 4분에 주파하는 나란 여자. 멋있. 2. 주5회 음주 3. 인센티브 믿고 까불면서 쳌카드 야무지게 긁어댔더니 수중에 만 9천원. 결정적으로 인센이 나오지 않았음. 빡침이 0순위 감정이고 이제 어쩌지 하는 초조함이 그 다음 순위 감정. 4. 이래놓고도 오늘 송년회 파티가 있다는 게 함정. 5, 주6회 음주 6. 늦은 밤 귀가 후 씻지 않고 까무룩 잠들어 버리는 날들의 연속 7. 근데 피부는 왜 좋아진 것 같은 걸까 8. 며칠 전 술을 과하게 마시고, 과한 이..

⌳ precipice, 2012.12.29

My week with Marilyn 마릴린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2011

마릴린먼로를 연기한 배우 미쉘윌리엄스가 보고싶었다. 미쉘윌리엄스가 보고싶었는데 마침 그녀가 마릴린을 연기한 영화가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있어 보게되었다. 이 영화는 '실제'를 바탕으로 두고 있다. 그 실제라는 분명함 안에서 당시 세계적으로 사랑받던 섹스심볼의 그녀, 마릴린의 일생이 더없이 처량하게 느껴져 보는 내내 애처로웠다. 화려했던 그녀의 명성과는 달리 외롭게 덩어리졌던 그녀의 삶과 그 근본에서 물결치는 그녀의 불행이 아직까지도 의문으로 남겨진 그녀의 죽음에 큰 파장을 줬으리라는 짐작도 해보았다. 상처와 외로움은 무척이도 상대적이어서, 우리는 함부로 단정짓고 위로하려 깜냥을 부려서는 안된다. 문장 그대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줍잖고 실례스럽다. ** 나는 이 여배우가 좋다. ** 최근인지는 모르겠지..

⌳ precipice,/see 2012.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