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14) 그렇게 그런 일들 35

0228 먹은 것들

- 광어와 도미 모둠회다. 서울사람이 된 나라서 절친한 친구의 생일을 맞아 마음을 굳게 먹고 인천을 방문한다. 가는 시간만 1시간 50분이라서^.^ 이날은 7시 약속이었는데 홍구와 만자 커플은 8시 40분에 나타났다. 늦는 친구들을 기다리며 신세계백화점에서 혼자 아이쇼핑을 하고 8시에 혹시나 웨이팅이 걸릴까 싶어 혼자 '타마'에를 갔다. 금요일 밤이었으니까. 웨이팅없이 자리를 먼저 잡고 앉았다. 안주가 나오는 시간을 고려해 미리 오더를 넣고 맥주 한 병을 시켰다. 맥주와 기본 안주거리가 나왔다. 한 잔을 마셨다. 두 잔을 마셨다. 모둠회가 나왔다. 사진을 찍었다. 타마 안에 사람들은 4인 상차림을 펴놓은 패기좋은 파워블로거인 줄 알았겠지 내가. 회 한 점을 먹었다. 세번째 잔을 채웠다. 회 한 점을 더 ..

혼동 된 계절

그런 순간이 있다. 저멀리 그보다 아득하게 오래전의 어떤 날이, 그날의 어떤 장면이 불현듯 한장의 사진처럼 번뜩 떠오르는 때. 그런 순간이 있다. 마냥 어린 나이만은 아니라는 자각이 건방지지 않을 만큼이 되고 나니 재미있는 사실들을 발견하곤 한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된달까. '좋아하는 게 뭔데?' 라는 물음이 갑작스레 비집고 들어왔을 때 순번을 정해 쪼로록 조리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아차하며 알게 되는 거다. '내가 이걸 좋아하는구나.' 하면서. 오늘은 달리는 차의 뒷자리에 앉아 오도카니 창밖을 바라보며 알게 되었다. 나는 한 곳을 오래 또 오래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마주앉은 상대와 대화를 할 때 종종 그들의 당황한 모습을 보곤 했던 원인을 깨달을..

leaf

대중목욕탕. 탕에 들어가 귀퉁에 자리를 잡고 앉아 대리석에 팔을 걸치고 가만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대중목욕탕' 만큼 사람 냄새 풀풀 나는 곳이 또 있을까 싶다. 벌거벗은 사람들. 각기 다른 가슴의 모양, 허리춤 두터운 살의 정도, 악을 지르며 우는 아기, 바가지로 물을 퍼 바닥과 자신의 몸에 뿌리는 그 태세 등등. 이처럼 그 이름이 잘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삶의 냄새를 밀접하게 맡는 곳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번화가의 횡단보도. 다른 하나가 바로 목욕탕이다. 서로를 조금씩 흘기며 자신과 빗대보는 그 품새가 가려지지 않고 그대로 드러난다. 욕망이라 하기엔 너무 날 것이고, 열등이라 하기엔 너무 서로들 닮아있다. 우리는 각자의 벌거벗은 몸에서 무엇을 보는걸까. 2014. 1. 31 닿는 새벽..

사랑하고 애틋한 나의 십일월을

11월에 갖고 있는 애틋한 기억들이 많다. 더위와 추위 모두 잘 타는 극성맞은 성질의 몸뚱이지만 그래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입김이 하얗게 뿜어지는 계절, 겨울이 좋다. 발이 꽁꽁 얼어 걷는 걸음마다 오독오독 발가락이 부숴지는 것 같은 낯설 질감에 놀라다가도, 그 질감을 또 어느 계절에 느낄 수 있나 싶어 양껏 쌓인 눈에 발을 더 들이밀기도 한다. 그렇게, 미련하지만 사랑하는 계절이 겨울이고, 그 시기를 함께 지나가는 11월을 사랑한다. 나의 생일이 있고, 12월엔 당신의 생일도 있고, 해를 넘겨 1월엔 당신의 자리 또한 있다. 몹시 춥고 맹렬한 이 계절에 나의 행복과 절망이 함께 놓여있다. 증오하지만, 더없이 껴안을 수 밖에 없는 계절. 이 때가 기점이었나 싶다. 가죽가방을 잘 못 들겠다. 계절을 타는지 ..

어느 날의 언급

1. 한입도 마시지 못한 우유는 곧장 쓰레기통에 던져졌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역시 '초여름 우유가 상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겠다 싶었다. 들여다만 보았어도 상하지 않았을 일이다. 하루만 늦지 않았어도, 보관팩에 있다는 안심만 아녔어도. 2. 나는 내가 말을 잘하고, 재미있고, 합리적이고, 다정한 등등의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넘어서 굳게 확신하며 살아왔는데 언제부터인가 다분히 노력형의 인간이라는 걸, 어딘지 서툰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눈치는 미리 살피고, 다정함은 좋은 사람이 되고싶다는 열망에 기원하며, 외롭지는 않다고 부득부득 우기는 고집 센, 거기다 길은 또 못 찾고 분실의 빈도도 잦는 등의 손이 대략 많이 가는 사람이라는 걸. 이제는 인정하게 되었다. 3. ..

이름도 예뻤던 시월을 지나며

책을 구입하고 나면 책을 두르고 있는 띠지는 대부분 버린다. 책 표지 디자인을 중히 여기는 편이지만, 띠지는 불필요한 종이갈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커서. 알랭드 보통의 책인데 양장본 앞면의 일러스트가 저 모양이다. 회사 책상 위에 잠시 올려두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대리님이 "야설 읽는거야?" 물었다 자주 상기하는 말 우어어어 소래포구 어시장의 은혜. 태어나 처음으로 생새우를 먹어봤다. 몇 년 동안 랜선으로(ㅋㅋㅋ) 친구였던 소현이 친구 재원이 실사 만남한 날. 한글날의 위엄으로 그 전 날, 퇴근해 소현이와 손 붙잡고 인천 소래포구로 ㄱㄱ. 가을전어도 처음 먹어봤다. 고마워 재원아. 우어어어어엌 뜬금없이 가르마 사진. 가르마가 무려 세 개나 있는 나는 가르마 부자. 아침에 일어나면 앞머리 부근 가르마 ..